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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10명중 8명 마음도 몸도 병들어

입력 | 2005-04-18 02:51:00


노숙자 10명 중 5∼8명은 우울증이나 편집증적 증상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6명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가운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과 매독, 결핵 등 전염성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도 포함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노숙자 질환 실태=서울시와 시 산하 광역정신보건센터는 자치구,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대한결핵협회, 한국한센복지협회와 공동으로 3월 16∼24일 서울역과 영등포역 부근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숙자 852명을 대상으로 첫 질환 실태를 조사했다.

17일 조사 거부자 등을 제외한 536명을 대상으로 정신질환 실태를 분석한 결과 우울증상을 보여 정밀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 사람이 440명(82%)으로 나타났다. 정신병적 증상을 보인 사람도 70%를 넘었다.

알코올의존증 증세도 334명(62%)에게서 나타났다. 특히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 113명 가운데 90% 정도는 정신질환 증세도 함께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에서 술에 만취해 있거나 적대적이고 공격적이어서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노숙자가 30∼40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정신질환자가 실제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노숙자 중 검사에 응한 342명을 대상으로 전염성 질환을 조사한 결과 에이즈 환자 1명을 비롯해 한센병(나병) 환자 1명, 매독 환자 12명, 간염 환자 16명, 결핵 환자 32명 등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노숙자의 연령은 40대가 전체의 45%를 차지했으며 평균 연령은 45.4세로 나타났다. 노숙자의 학력은 응답자 512명 중 254명이 중졸 이상이었다.

전문가들은 “에이즈 및 매독은 성이나 신체 접촉으로 전염되는 것이지만 결핵은 호흡기로 전염되기 때문에 일반인도 쉽게 감염될 우려가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점과 대책=서울시와 사회복지단체 관계자들은 “노숙자들을 강제로 치료하려다 보면 인권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알면서도 방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광역정신보건센터 이명수(李明洙) 센터장은 “강제로 입원시켜 치료할 수 없다면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가 나서서 치료 프로그램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수(朴敏洙) 시 보건정책과장은 “노숙자를 위한 장기 투숙 시설인 쉼터나 임시 잠자리 시설인 드롭인 센터를 전문치료기관으로 특화해 정신질환 치료를 병행하도록 하는 한편 재활 의지가 있는 노숙자에게 직업을 소개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정부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