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권리 확보 차원인가, 주가 조절용인가.’
일부 외국계 펀드의 투자 행태에 대한 적법성 시비가 일고 있다. 공개적으로 투자 방침을 언론에 알리는 방법으로 주가 변동성을 확대했다는 것이다.
18일 증권업계와 소버린자산운용, SK그룹에 따르면 소버린이 SK㈜의 지분 14.99%를 사들인 2003년 4월 이후 올해 2월까지 보도자료 배포나 인터뷰 형식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모두 27회.
언론에 보도된 날 SK㈜의 주가가 오른 것은 21회(77.7%)였다. 이 가운데 종합주가지수가 하락했는데도 SK㈜ 주가가 오른 날은 6차례.
주가가 떨어진 것은 4차례, 나머지 이틀은 변동이 없었다.
SK㈜ 주가가 오른 날 주요 보도 내용은 △소버린의 SK㈜에 대한 투자는 기업지배구조와 주주가치 창출 위한 기회(2003년 4월 28일) △최태원(崔泰源) 회장 등의 이사회 사퇴 요구(2003년 6월 17일) 등으로 대부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암시했다.
주가가 떨어진 날은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 문제(2003년 7월 20일) △SK㈜의 기업가치 하락 전망(2003년 12월 18일) 등을 발표했을 때였다.
SK 관계자는 “소버린은 개인투자 펀드로는 드물게 언론과 공식 접촉을 하며 주가에 영향을 미친 흔적이 있다”며 “영국계 펀드인 헤르메스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헤르메스는 지난해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물산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뒤 이틀 후 자신들이 갖고 있던 삼성물산 주식을 팔아치워 금융감독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소버린 측은 이에 대해 “보도자료나 인터뷰는 언론기관들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며 “SK㈜의 최대주주로서 소액주주들에게 주주권리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이어 “언론 보도 이후 바로 주식을 팔았다면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겠지만 소버린은 최초 주식을 그대로 갖고 있어 헤르메스와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소버린은 2003년 3월 26일부터 그해 4월 11일까지 SK㈜의 주식 1900만여 주를 1768억 원에 사들였다. 당시 9200원 안팎이던 주가는 현재 6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소버린의 주요 보도자료 및 언론 인터뷰 내용과 주가 영향시기주요 내용SK㈜ 주가(상승률)종합주가지수(상승률)2003년 4월 14일소버린자산운용이 SK㈜의 최대주주가 됨.1만2650원(15%)594.4(1.96%)4월 28일소버린의 SK㈜에 대한 투자는 기업지배구조와 주주가치 창출 위한 기회.9900원(7.03%)569.02(0.42%)5월 12일SK㈜가 SK글로벌 지원에 대한 명확한 방침을 밝히지 않아 재무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1만500원(1.94%)631.04(1.93%)5월 22일소버린 자회사인 크레스트증권의 자문사로 라자드 선정.9250원(2.44%)595.38(-0.86%)6월 8일채권단은 SK글로벌 여신에 대한 책임을 져야.9810원(0.00%)650.35(1.24%)6월 17일손길승, 최태원, 김창근 이사가 SK㈜ 이사회에서 자진 사퇴해야.1만1800원(4.42%)674.66(2.56%)7월 20일SK글로벌의 정상화 계획은 효력 상실.1만2550원(-3.46%)693.5(-0.84%)8월 1일SK㈜ 이사회가 SK글로벌을 무차별적으로 지원하면 소송 직면할 것.1만3700원(4.6%)727.26(1.93%)12월 18일SK㈜의 가치파괴는 계속되고 있다.3만2300원(-8.24%)807.5(0.93%)2004년 1월 29일소버린, SK㈜ 이사 후보 5명 추천.3만8000원(3.40%)853.47(-0.71%)
2월 25일강도 높은 SK㈜의 지배구조 개혁 희망.4만3750원(6.06%)866.87(0.26%)10월 25일SK㈜ 임시주총 소집 요청.5만6800원(3.09%)808.14(-2.42%)11월 7일임시주총 소집 위해 법적 조치 취할 방침.5만8700원(1.21%)846.11(-1.69%)12월 21일법원의 임시주총 허가신청 기각 결정에 항고.5만9200원(2.07%)882.82(-0.17%)2005년 1월 27일주총에서 주주제안 않을 방침.5만5800원(-2.96%)924.87(-0.23%)2월 21일소액주주에 최태원 회장 재선임 반대 서한 발송.5만7900원(3.02%)988.71(0.47%)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