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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31% “불공정 하도급 경험”

입력 | 2005-04-18 17:26:00


《“여기선 이렇게 싸게 해준다는데 어쩌실래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A 사는 최근 납품하는 대기업으로부터 단가 인하 요구를 받았다. 이 대기업은 다른 부품업체의 견적서를 제시하며 “이 정도까지 가격이 내려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중소협력업체인 A 사에 압력을 가했다. ‘울며 겨자 먹기’였지만 A 사는 요구를 받아들여야 했다.》

노조와의 임금협상에서 대폭 양보한 뒤 그 부담을 납품 단가를 내리는 방법으로 중소협력업체에 떠넘기는 대기업도 있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중소협력업체 20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런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이 여전하다고 18일 밝혔다.

조사 대상 중소협력업체의 31.2%는 지난해 ‘거래 대기업으로부터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행위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2002년 22.3%, 2003년 28.2%에서 늘어나는 추세다.

기협중앙회는 “지난해 철강, 원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오르자 대기업의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 요구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유형으로는 단가 인하 요구가 46.1%로 가장 많고, 글로벌 아웃소싱에 따른 대기업의 발주 취소와 변경이 22.6%, 하도급 대금 60일 초과 지급이 13%, 어음할인료(지연이자) 미지급 11.3% 등이었다.

이런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에 대해 중소협력업체의 75.7%는 ‘거래가 단절될까 봐 그냥 참았다’고 답해 어쩔 수 없이 대기업의 횡포를 들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이나 협회를 통해 대기업에 시정을 요구했다는 중소업체는 22.9%,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신고한 업체는 1.4%에 불과했다. 민사소송 등 법적 대응으로 나선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지난해 대기업의 납품대금 결제비율은 현금 64.2%, 약속어음 34.2%였으며 물품으로 지급한 곳도 1.6% 있었다.

중소협력업체가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어음의 평균 지급기일은 60일 이내 33.1%, 61∼90일 37.9%, 91∼120일 21%였으며 121일 이상도 8%나 됐다. 2003년엔 60일 이내가 63.3%였다.

기협중앙회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소기업의 부품 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했으나 대기업에서 완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납품단가 인상을 꺼릴 뿐 아니라 오히려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중소기업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협력업체 가운데 64.4%는 공정거래위원회, 중소기업청 등 정부기관의 하도급 거래 직권조사에 대해 ‘바람직하며 확대 실시되어야 한다’고 지적해 정부 관계기관의 하도급 거래 직권 실태조사가 실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