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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전창진 TG감독 “나는 선수 잘 만난 福將”

입력 | 2005-04-18 17:48:00

주무 출신 TG삼보 전창진 감독은 최근 3년 간 우승 2회, 준우승 1회의 성적을 거둬며 명장의 반열에 올라섰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경험을 더 쌓아야 하고 전술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 17일 우승을 확정지은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는 전창진 감독.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제 그의 이름 앞에서 ‘초보 감독’이란 말은 지워도 될 것 같다.

최근 3년 동안 우승 2회, 준우승 1회. 이 정도면 명장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그러나 그는 “말도 안 된다. 다 좋은 선수 만난 결과다”라며 손사래를 친다.

프로농구 TG삼보 전창진 감독(42). 17일 KCC를 꺾고 정상에 오른 뒤 그는 우승 뒤풀이에서 ‘골목길’이란 노래를 불렀다.

그 제목처럼 그의 농구 인생은 탄탄대로와는 거리가 멀었다. 고려대 졸업 후 10년 넘게 실업 삼성에서 주무와 프런트 직원으로 일하며 선수 뒤치다꺼리에 매달렸다. 그러면서 농구 코트의 생존 법칙을 깨달았다. 실력이 있거나 아니면 실력 있는 사람을 자기편으로 만들어야 살아남는다는 것.

이런 체험을 앞세워 전 감독은 짧은 지도자 생활 속에서도 빠르게 적응했다. 그의 지론은 ‘몰라서 물어보는 건 창피하지 않다’는 것. 선후배를 막론하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누구에게든 조언을 구했다. 선수들과도 자주 미팅을 갖고 전술도 상의하면서 팀워크를 다졌다. 이는 “전 감독님은 무조건 따라오라는 지도방식이 아니라 선수들을 동참시켜 큰 효과를 봤다”는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 김주성의 말에서도 엿보인다.

그렇다고 엘리트 코스를 밟은 다른 지도자에게 콤플렉스가 없을까. 그는 우승을 확정지은 뒤 제이 험프리스 코치와 포옹을 하며 눈물을 쏟았다. “솔직히 다른 지도자들이 저를 같은 감독으로 인정하겠습니까. 그래도 제이 코치는 달랐어요. 너무 고마웠죠.”

몸무게 100kg이 넘는 전 감독은 큰 덩치와 달리 세심한 성격의 소유자. 승부에 대한 고민 때문에 늘 밤늦도록 잠을 못 이룬다. 단잠을 잘 때는 야간경기에서 이긴 뒤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의 1∼2시간 정도. 선수들 식사까지 챙길 만큼 꼼꼼하다.

전 감독은 현재 다른 팀의 영입 대상 1순위에 오를 만큼 상한가. 그래도 그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TG와의 의리를 버릴 수 없다”며 “더 좋은 용병을 뽑고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신기성과도 재계약해 다시 한번 TG에서 정상에 오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 감독은 스스로를 뛰어난 선수들을 만난 ‘복장(福將)’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구슬도 잘 꿰어야 보배. 그래서 전창진 감독의 성공시대는 더욱 값지게 평가된다.

:전창진:

▽생년월일=1963년 5월20일

▽혈액형=A형

▽출신교=용산고-고려대(82학번)

▽가족관계=부인 정인옥(40) 씨와 1남1녀(캐나다 유학 중-기러기 아빠)

▽주량=맥주 반 잔

▽담배=하루 두 갑(시즌 때)

▽취미=한국 영화 감상

▽별명=세계적인 주무, 치악산 호랑이, 원주 히딩크

▽주요 경력=1986년 실업 삼성 입단, 1988∼95년 삼성 주무 1996∼97년 프로 삼성 운영과장, 1997∼99년 삼성 수비코치, 1999년 나래(현 TG삼보) 코치, 2002년 TG 감독 대행, 2003년 TG 감독

▽주요 수상=2003∼2004시즌, 2004∼2005시즌 프로농구 감독상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