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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친환경차 “길 비켜라”…2010년 본격생산

입력 | 2005-04-18 17:48:00


《“화석 연료차는 늦었지만 친(親)환경차는 앞서 가자.” 1990년대 중반부터 세계에 불어 닥친 ‘정보기술(IT) 혁명’은 선진국에 비해 산업화가 훨씬 처졌던 한국을 ‘IT 강국’으로 끌어올렸다. ‘굴뚝산업’ 중심의 세계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IT혁명처럼 ‘환경 친화적 차세대 자동차’는 세계 자동차 업계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중요한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는 이 분야에 일찌감치 뛰어든 일본, 미국의 자동차 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친환경차 개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환경 관련 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화석연료 부족 현상이 심화될 2010년 이후 친환경차 개발, 생산 능력을 갖춘 업체는 주도적 위치에 오르겠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는 ‘조립 공장’ 수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 연료전지차 2010년 상용화=카를 벤츠가 1886년 최초의 승용차를 만든 뒤 120여 년간 자동차 연료의 대종을 이뤘던 휘발유를 대신할 가장 강력한 후보는 바로 ‘수소’. 국제 유가의 상승이 계속되면서 당초 2020년 이후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수소 연료전지차 시대’의 출발 시점도 크게 앞당겨질 전망이다.

‘연료전지’는 고압탱크에 실린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연소과정 없이 결합시켜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를 동력으로 쓰는 연료전지차는 소음과 배기가스가 거의 없는 무(無)공해 차량이다.

현대자동차의 연료전지차 개발은 2000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본격화돼 그해 11월 싼타페를 모델로 첫 번째 연료전지차를 선보였다.

또 현대차는 지난해 4월 미국의 연료전지자동차 국책사업 시행자로 선정됐으며 지난해 11월부터 기존 싼타페 모델보다 출력과 장거리 주행 능력이 크게 향상된 투싼 연료전지차 32대를 미국 현지에서 시범 운행하고 있다.

임태원 현대차 연료전지개발팀 부장은 “투싼 연료전지차 개발로 GM 포드 도요타 등 미국, 일본의 자동차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이 분야에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면서 “내년부터 한국에서도 연료전지 차량을 시범 운행하기 시작하고 2010년부터는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료전지차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한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늘리기 위해 수소를 높은 압력으로 저장하는 기술.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350기압의 수소충전에 성공한 데 이어 700기압의 압축 수소탱크를 개발하고 있다. 또 현대차가 개발한 연료전지차들은 세계 연료전지차 경주에 출전해 매년 금, 은메달을 휩쓸며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2006년 한국에도 하이브리드카 시대 개막=연료전지차 시대보다 한발 앞서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자동차는 ‘하이브리드카’.

하이브리드카는 휘발유, 디젤 엔진을 기본 동력으로 쓰면서도 차의 속도를 줄일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로 충전해 가속하거나 출발할 때 보조동력으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연료소비가 크게 줄고 배기가스도 감소하는 것이 특징.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가는 기업은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다. 도요타는 1997년 도쿄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를 선보인 뒤 2002년에 누적 판매 대수 10만대를 넘어섰고 현재 이 분야 세계 시장의 90%를 독식하고 있다.

현대차도 코앞으로 다가온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잡기 위해 기술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95년 제1회 서울모터쇼에서 하이브리드 콘셉트 카를 내놓았던 현대차는 1999년에 아반떼 하이브리드카, 2000년에 베르나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하며 기술력을 축적했다.

특히 2002년에 개발된 클릭 하이브리드카는 배기량이 비슷한 기존 차량과 비교해 가속력과 출력 등에서는 앞선 성능을 보이면서 연비는 기존 차량에 비해 40∼50% 향상됐다. 클릭 하이브리드카는 이미 50대가 서울·경기 지역의 경찰 차량으로 쓰이고 있다.

현대차가 현재 개발 중인 소형차 ‘MC’(베르나 후속 모델) 하이브리드카는 내년 하반기 중 양산되며 2007년에는 중형 하이브리드카도 판매돼 한국에도 조만간 ‘하이브리드카 시대’가 활짝 열릴 전망이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