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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계발 프로젝트]내 아이도 아인슈타인처럼…잠든 뇌 깨운다

입력 | 2005-04-18 17:57:00


《임신 4개월째인 이성진(30·서울 서초구 양재동) 씨는 4kg 이상의 ‘큰 아기’를 낳는 게 ‘목표’다. 전에는 ‘작게 낳아 크게 키우라’고 했지만 태어날 때 큰 아이가 평생 튼튼하고 머리도 좋을 확률이 높다는 주변 사람들의 전언 때문이다. 13개월 된 아들을 둔 김혜선(33·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씨도 최근 영국에서 근무하는 친구에게서 신경세포 관련 성분이 들어 있는 약을 사먹으라는 충고를 듣고 고민 중이다. 친구가 “영국에선 모유를 먹일 경우 출산 1년이 되면 아이의 뇌세포 발달을 위해 이 약을 먹는다”고 말한 뒤부터다.》

우리 아이를 아인슈타인처럼 만들 수는 없을까. 두뇌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창의력 발전소’다. 그래서 자녀를 좀더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는 임신 순간부터 자녀의 두뇌계발을 위한 치열한 전쟁을 시작한다.

최근에는 ‘뇌기반 학습법’ 등 다양한 방법이 선보이고 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거리다.

○“머리만 좋아진다면…” 두뇌 계발 마케팅이 뜬다

이런 모성을 겨냥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분유와 이유식 시장. 매일유업은 두뇌 기능을 돕는 DHA 및 모유성분이 강화된 이유식 ‘유기농 맘마밀’ 과 두유 ‘우리아이 두뇌 이야기’를 내놓았다.

남양유업은 아기 두뇌 성장에 좋다는 타우린, 콜린 등이 함유된 ‘명품 유기농’ 분유를, 파스퇴르유업은 DHA와 아라키돈산을 함유한 유아식 ‘누셍 오가닉’을 판매하고 있다. 이런 성분이 강화된 일부 외제분유는 보통 분유보다 두 배가량 비싸기도 하다.

각종 두뇌계발 관련 서적도 늘어나 삼성출판사의 유아용 ‘지능업 시리즈’는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힘입어 ‘IQ, EQ, CQ 스티커북 시리즈’도 연이어 내놓고 있다.

‘만지면서 배워요’ ‘모양놀이 아기책’ 등 2∼4세 유아를 대상으로 한 지능계발 책을 제작한 웅진출판사는 조만간 두뇌계발과 창의성을 키워주는 ‘상상하는 책’도 선보일 예정이다.

두뇌계발을 위한 사설 교육기관들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집중력, 사고력, 창의력 향상을 돕는다는 뇌호흡 교육과 ‘브레인스쿨’, ‘네오브레인’, ‘E-브레인스쿨’뿐 아니라 미술로 두뇌계발을 시켜준다는 ‘미술로 생각하기’, ‘요미요미’ 등 여러 교육기관이 있다.

○운동 음악 등 적절한 자극은 두뇌계발에 도움된다

두뇌발달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어린 시절 충분하고 즐거운 자극 활동이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미국 버클리대 신경해부학자인 메리언 다이아몬드 교수는 생쥐 실험을 통해 자극과 뇌의 발달관계를 연구했다. 한 무리는 비좁은 공간, 한 무리는 넓은 공간, 또 한 무리는 넓은 공간에 장난감까지 충분히 넣어 길렀다.

그 결과 넓은 공간에서 자란 생쥐의 대뇌피질은 비좁은 공간에서 자란 쥐보다 7∼11% 컸고 장난감까지 넣어준 쥐는 좁은 공간에서 자란 생쥐보다 16% 더 컸다.

서울대병원 서천석(소아정신과) 전임의는 “운동 음악 두뇌활동 등 적절한 자극은 두뇌계발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정설”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어린 영아에게 마사지는 좋은 자극운동. 같은 활동이라도 실내보다 바깥에서 바람 공기 등 다양한 자극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장은숙(29·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씨는 8개월 된 아들 서준이에게 노래를 하듯 리듬감을 주면서 말한다. 장 씨는 또 “감각 자극이 중요하다고 해서 비닐, 신문지, 털실 등 다양한 질감을 만져보게 한다”고 말했다.

○두뇌관련 학습법-뇌 계발 식품 과연 효과있나

그러나 시중에 나와 있는 두뇌 관련 학습법이나 식품은 마케팅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병원 류인균(신경정신과) 교수는 “뇌세포 관련 성분인 아라키돈산, DHA, 콜린 등을 많이 먹는 것이 좋은지는 밝혀지지 않았다”며 “이런 성분을 먹는다고 해서 뇌세포가 많아지는 것도 아니며 뇌세포 성분이 많은 것이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대부분 인공 합성한 것인 만큼 화학적으로 인체성분과 동일하더라도 인체 내에서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권순미(38·여·서울 서초구 잠원동) 씨는 “얼마 전 뇌호흡 관련 기관에서 일곱 살 된 딸 서진이의 성향을 분석받았는데 첫날은 적극적이라더니 며칠 뒤엔 소극적이라고 나왔다”고 말했다.

경기대 김용미(유아교육) 교수는 “아이들은 언어 지능 기억력 등 인지능력이 발달하는 시기가 있지만 정확한 시기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뇌학회 서유헌 회장(서울대 의대 약리학 교수)은 “지나치게 빨리 교육을 받거나 많은 교육을 받아 스트레스를 받으면 해마 등 뇌가 손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 이원영(유아교육) 교수도 “아이가 긍정적이고 행복한지가 두뇌계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인위적 두뇌계발보다는 생활 속에서 자신감을 키워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