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과 미국, 유럽의 증시가 18일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17일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경고한 직후 각국 증시가 동반 폭락하자 경기가 급속히 조정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내수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출로 버티고 있는 국면이어서 대외변수가 불안해지면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된다. 18일 아시아 주요 국가의 증시는 미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와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겹치면서 폭락했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지난주에 비해 2.9%,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는 3.8% 급락했다.》
국내 증시도 종합주가지수가 22.22포인트(2.35%) 떨어진 925.00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19.35포인트(4.30%) 폭락해 429.73으로 장을 마쳤다.
아시아 국가의 주가 폭락은 미 뉴욕증시에서 시작됐다. 15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91.24포인트(1.86%), 나스닥종합지수는 38.56포인트(1.98%) 떨어졌다.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한 가장 큰 이유는 수년간 세계 경제를 홀로 이끌다시피 한 미국 경제가 금리 인상의 여파로 경착륙할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2월 미 무역수지 적자는 예상보다 많은 610억 달러로 나타났고, 4월 소비자심리지수도 88.7로 예상치(89.3)보다 낮았다. 미 주요 기업들의 1분기(1∼3월) 실적도 기대에 못 미쳤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金京源) 상무는 “올해 초만 해도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이 기대되던 미 경제가 최근 소프트 패치(Soft Patch·경기가 회복되다 일시적으로 하강하는 국면)냐, 본격적인 하강 국면에 접어든 것이냐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고 전했다.
세계 경제의 근원적인 불균형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적절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 절상 압력에 반발하면서 이번 G7회담에 불참했다. 위안화 환율을 둘러싼 대립이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잠시 주춤했던 국제유가가 올해 들어 다시 상승세를 보여 세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김재천(金在天) 조사국장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아직 한국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지는 않고 있지만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환율, 유가, 세계 경제 둔화 등 대외변수가 복합적으로 나빠지고 있다”면서 “자본시장이 전면 개방되고 증시에서 외국인 비중이 높아진 상태에서는 대외변수가 조금만 흔들려도 충격이 증폭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병기 기자 eye@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