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도 잘 모른다.”
얼마 전 사회학 전공 수업시간 때의 일이다. 평소 충실한 강의로 학생들의 존경을 받아온 교수님이 구조주의 이론을 체계화한 학자들에 대해 설명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고백하셨다. 진지하게 강의를 듣던 학생들은 예기치 못한 이 말 한마디에 술렁거렸고, 일부에선 웃음까지 터져 나왔다. 학문적 업적에 상처를 줄 수도 있는 발언이었기에 모두가 당황스러웠다.
오랫동안 특정 학문을 연구해온 교수님이 금기를 깨고 강의 도중에 “잘 모른다”고 실토한 것이다. 그것도 많은 학생들 앞에서. 그동안 많은 책을 읽고 연구를 거듭했지만 완전한 지적 성찰을 이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로 와 닿았다.
교수님은 침묵을 깨고 “잘 모르기 때문에 그래서 늘 배우려고 노력하면서 이렇게 평생 연구하고 있는 거지”라고 말을 이어갔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회문제에는 항상 ‘정답’이 있는 게 아니기에 다른 사람들의 지식과 생각에 대해 항상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진보와 보수, 성장과 분배 등 서로 입장이 대립할 수밖에 없는 거대 담론들에 있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정답이 있을까. 갖가지 주장과 여론의 범람을 경험하면서 ‘열린 자세’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지적 겸손함’은 이러한 개방적 자세를 가능하게 하는 풍토가 될 것이다.
사회 이슈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TV토론이나 인터넷 게시판을 들여다보면 자신의 의견만이 옳고 상대편은 틀렸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 자세로는 토론이 생산적으로 흐를 수 없고 항상 평행선을 그을 뿐이다.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깊은 수준의 강의를 하면서 “나도 잘 몰라”라며 지적 겸손함을 보여주는 교수님처럼 열린 지식인들이 많은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조현재 연세대 사회학과 3년·본보 대학생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