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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교과서 왜곡]韓-日 불신극복 씨앗되길…

입력 | 2005-04-19 18:44:00

한국과 일본 교사들이 공통 역사교재 ‘조선통신사’ 한일 공동 출간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신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장, 고바야카와 겐 일본 히로시마현교직원조합 교원부장,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 통역, 강태원 대구과학고 교사. 김경제 기자



한일 공동 역사교재 ‘조선통신사’를 양국에서 동시에 펴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와 일본 히로시마(廣島) 현 교직원조합 대표들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기자회견실에서 출간 기념 기자회견을 가졌다. 양측은 비슷한 시간 일본 도쿄(東京) 문부과학성 기자회견실에서도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 측 대표 필자인 강태원(姜泰源) 대구과학고 교사는 “처음에는 근현대사에 대한 부교재를 만들려고 했지만 첫 작업부터 민감한 내용을 다룰 필요가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이에 따라 양국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고 또 최악으로 악화됐던 한일관계를 다시 우호적 관계로 전환시킨 임진왜란∼조선통신사 파견의 역사를 다룬 책을 처음 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측에서는 피해와 침략의 역사로서 임진왜란을 강조하려 했고, 일본 측에서는 평화와 우호의 역사로 조선통신사에 좀 더 초점을 두려 하는 시각차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평화와 우호를 위해 피해와 침략의 역사를 다뤄야 하고, 피해와 침략만 강조하다 보면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 관계가 어렵다는 공통 인식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고바야카와 겐(小早川健) 히로시마 현 교조 교원부장은 “히로시마 현 교조 사무실이 2003년 2발의 총탄세례를 받았다. 이어 히로시마 교조는 지난달 히로시마 현 교육위에서 후소샤(扶桑社) 교과서를 홍보하는 팩스통신문을 산하 시군구 교육위로 발송하는 것을 적발해 고발하자 우익단체들의 협박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두 단체의 공동 역사교재 집필은 2001년 2월 전교조 대구지부가 히로시마 현 교조에 한일학생의 우호와 평화를 촉진하기 위한 의정서 체결을 제의하면서 시작됐다. 그해 8월 채택된 의정서 3항에는 ‘양국의 역사를 왜곡하는 세력에 대해 연대투쟁을 벌이며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한 공동사업의 일환으로 공통 교재를 작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그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7회에 걸쳐 양국을 오가며 토론을 벌인 끝에 임진왜란과 조선통신사에 얽힌 역사를 다룬 ‘조선통신사’가 완성됐다. 이 책은 서점에서 일반에 판매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