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숨겨진 딸’이라는 30대 여성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SBS TV ‘뉴스추적’은 19일 ‘나는 DJ의 딸입니다-진승현 게이트와 국정원 특수사업의 실체’편’에서 자신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김정아(가명·35)씨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또한 지난 2000년 ‘진승현 게이트’도 이 여성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제작진은 당시 구속된 김은성 등 국정원 간부들과 함께 김 전 대통령의 딸로 알려진 여자 김모씨를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의 이모라는 한 대학교수로부터 “동생이 김대중 씨의 딸을 낳았다. 죽은 동생의 마지막 소원은 외조부 호적에 올라있는 딸을 김 전 대통령의 호적에 올려달라는 것”이라는 주장을 전했다.
결국 김씨와의 접촉에 성공해 이날 방송에 내보냈다.
김씨는 “어머니 김선애(가명)씨는 ‘대하’라는 고급 한정식 집에서 당시 김대중 신민당 국회의원을 처음 만났다”며, “자신은 7-8세 무렵부터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를 찾아가 생활비를 타오곤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홍일씨가 생활비를 대줬으며 아파트는 김 전 대통령 측과 가까운 무기중개상 조풍언씨가 사줬다”고 증언했다. 조풍언씨로부터 도움을 받기 전에는 정대철 전 의원의 어머니 이태영씨에게서 생활비를 받았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2000년초 조씨가 미국으로 들어가면서 김씨 모녀에 대한 지원이 끊어졌으며, 이때 어머니 김씨가 주변에 자신의 존재를 발설하고 다녀 국가정보원에서 돈을 주고서라도 입을 막으려 했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김씨의 어머니는 2000년 6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입원 중 자살했으며, 김씨도 정신과 치료를 받게 돼 정치권에도 김씨 모녀에 대한 소문이 흘러들어갔다는 것.
제작진은 ‘진승현 게이트’ 관련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국정원 일부 관계자들이 대통령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이른바 ‘특수사업’을 진행하면서 벤처기업가인 진승현씨에게 3억 5000만원을 받았으며, 이 돈의 전액이 김씨 모녀에게 전해졌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김 전 대통령이 어떻게 군사독재 정권하에서도 이 문제를 감출 수 있었던 것일까.
제작진은 당시 정보기관 관련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의 사생활 관련 보고를 하면 ‘남자의 아랫도리 부분은 말하지마’라며 일축했다. 이후 대통령들도 이상하게 그런 문제에 대해 관대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끝으로 “‘특수 사업’에 사용됐다는 돈이 김씨에게 전달된 구체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며 “검찰이 이 사건을 원점에서 재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권력자의 개인적인 일에 국가기관이 동원되고 이를 숨기기 위해 수배자까지 빼돌린 ‘게이트’로 번지게 한 태가 국민의 정부에서도 벌어졌는지에 대해 논란으로 남게 됐다.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에도 시간당 수백건의 글이 올라오는 등 공방이 뜨거웠다.
의견은 크게 “사생활 침해 황색 저널리즘”라는 부정적인 반응과 “용기있는 추적 보도”라는 긍정적인 반응으로 갈렸다.
시청자 박현숙 씨는 “전임 대통령이지만 한 남자의 아픈 과거사의 사생활을 그렇게 파파라치처럼 뒤를 파서 기분 좋은가”고 글을 올렸다.
장석준씨는 “근거도 불확실한 사실과 몇몇사람의 진술만 가지고 모든 게 기정 사실인양 한 시간이나 이렇게 해도 되는 거냐”며 항의했다.
이에 대해 조기현씨는 “이건 단순한 남자의 아랫도리 문제가 아니라 권력형 비리”라며 “다른 대통령들도 권력형 비리가 다 밝혀진 마당에 DJ만 안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임형준씨도 “수사의 미비점을 찾아 의문을 제기한 게 나쁜 일인가”라며 “이번 기회에 권력남용으로 부른 사건의 진실을 밝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측은 이날 보도 이후 언론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