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에서 흰색은 교황의 상징 색. 오로지 교황만이 몸 전체를 흰 옷으로 감쌀 수 있다.
가톨릭은 계급에 따라 예복의 색깔을 구별한다. 교력(敎曆)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통상 추기경은 주홍색, 주교는 자주색, 사제는 검은색 옷을 입는다. 이 옷들에는 자주색이나 녹색 또는 노란색 십자가 휘장이 튀지 않게 표시된다.
새 교황이 대중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 입은 예복은 수백 년 동안 교황과 추기경들의 옷을 만들어 온 로마의 감마렐리 의상실이 미리 준비해 두었던 작품. 교황청은 요한 바오로 2세가 서거하자마자 이 의상실에 예복을 주문했다.
감마렐리 의상실은 새 교황의 키와 체형을 알 수 없어 전례에 따라 예복 크기를 미리 대·중·소 세 가지 사이즈로 준비했다. 옷감은 최고급 양모와 비단 두 종류여서 옷감별로 세 벌씩 모두 6벌의 예복이 수제로 제작됐다. 새 교황은 이 중에서 한 벌을 골라 입는다.
이처럼 미리 예복을 제작한 이유는 교황이 선출되면 예복을 만들 시간이 없기 때문. 새 교황은 뽑히자마자 성 베드로 성당으로 가 주홍색 추기경 옷을 벗고 흰 옷으로 갈아입은 뒤 교황청 발코니에서 세계인에게 새 교황의 즉위를 알린다.
로마 판테온신전 뒤편에 자리 잡은 감마렐리 의상실은 1798년 비오 6세 때부터 교황 예복을 제작해 왔다. 그동안 비오 12세만 빼고 모든 교황이 이 의상실에서 옷을 맞춰 입었다. 29, 30개의 단춧구멍이 있는 교황의 예복은 사실 순백색이라기보다는 상아색에 가깝다.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