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가톨릭은 ‘강한 교회’를 선택했다. 정통성 유지냐, 현실을 감안한 개혁이냐는 큰 방향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던 로마 가톨릭은 엄격한 교리해석과 강한 보수주의자로 평가되는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을 제265대 교황(베네딕트 16세)으로 선출했다. 카밀로 루이니 추기경,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과 함께 로마 가톨릭의 ‘보수 3두체제’를 이뤄 온 라칭거 신임 교황은 보수적 성향으로 요한 바오로 2세 전임 교황의 ‘오른팔’로 불리기도 했다.
1927년 4월 독일의 마르크틀 암 인에서 출생한 신임 교황은 가톨릭 교리에 정통한 대표적 성직자로 꼽힌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1946년부터 독일 뮌헨대학과 프라이싱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1951년 사제품을 받은 뒤에도 학업에 정진해 1953년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4년 뒤인 1957년에는 대학교수 자격을 취득했고 1969년까지 프라이싱, 본, 뮌스터, 튀빙겐 대학 등에서 교리와 신학을 가르쳤으며 레겐스부르크대학의 부총장을 역임했다.
그 과정에서 1962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참여한 요제프 프링스추기경은 그의 능력과 자질을 높이사 35세인 라칭거를 자문역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81년 그를 교황청 신앙교리성성(聖省) 수장으로임명해 정통 교리의 수호자로 삼았다. 요한 바오로 2세는 가끔 그를 ‘믿을 만한 친구’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는 1971년 추기경에 임명됐다.
그는 올해 78세로 주교 은퇴 연령보다 두 살이 더 많다. 그러나 요한바오로 2세는 그에게 나이 제한을두지 않고 계속 일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임 교황의 각별한 애정이 읽히는 대목이다.
그는 미국 주교들에게 낙태를 옹호하는 정치인에게는 영성체를 베풀지 말라는 편지를 보내는가 하면, 유럽은 기독교 지역이므로 이슬람국가인 터키의 유럽연합(EU)가입을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기도 했다.그는 최근 유럽이 그리스도교의전통을 되찾아야 한다고 촉구하면서동성결혼과 이혼, 인간복제 등에 반대하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격변의 시대의 가치’라는 저서를 내기도했다.
이번 콘클라베를 앞두고 그가 14세 때인 1941년 나치 독일의 청소년조직인 히틀러 유겐트 대원이 됐고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인 1943년항공기 엔진을 생산하는 BMW공장의 방공포 부대에 배치된 전력이 부각됐다. 그는 1944년 탈영해 전범수용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종전을 맞았으나 주변 인사들로부터 “그는 (나치에) 저항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저항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새 교황은 브라질의 신학자이자‘해방신학’의 주창자인 레오나르도보프 신부를 징계한 인물로 유명하다. 보프 신부는 1992년 결국 사제직을 그만두게 된다.
이 같은 전력과 근본주의 신앙 노선은 재임 기간 내내 라칭거 신임 교황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