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 시중은행의 직원이 은행에서 횡령한 돈으로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하다가 경찰에 적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횡령 규모는 약 400억 원. 이 가운데 332억 원은 투자손실로 허공에 날렸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설명이다.
이달 초 청주지방법원은 자신이 근무하는 은행에서 정부 보관금과 공과금 등 4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 한 계약직 은행원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지난달 초에는 수납 공과금 91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로 서울의 한 은행 직원이 구속됐다.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고객의 돈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일부 은행원의 횡령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물론 대다수 은행원은 이런 횡령 사건과는 거리가 멀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 전체를 흐린다’는 볼멘소리가 은행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사고 금액은 2000년 4316억 원에서 2003년 1639억 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사고 발생 건수는 384건에서 496건으로 늘었다. 여기에는 보험사나 증권사 직원의 횡령, 자금유용 사고와 함께 외부인에 의한 사기대출 사건까지 포함돼 있다. 2004년 금융사고 통계는 알 수조차 없다. 금감원이 발표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요즘 은행들은 고객의 성향을 세분화해 차등 관리하는 등 우량 고객을 잡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돈 되는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고객들도 은행을 세분화해 차별할 수 있다. 낙후된 내부 통제시스템 때문에 횡령 사건이 빈발하는 은행을 고객들이 굳이 찾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은행이 양적 경쟁에 앞서 ‘집안 단속’을 잘해야 하는 이유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