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유일한 ‘성장 동력’이었던 수출마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과 고유가 등 불안정한 대외변수로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먼저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은 품질보다 가격경쟁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대외변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 수출 비중 올해 들어 31%로 떨어져=올해 들어서도 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유지하는 등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월별 수출 증가율을 들여다보면 대조적인 모습이 두드러진다.
20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중소기업의 전년 동기 대비 수출 증가율은 14.8%였으나 지난달에는 3.8%로 뚝 떨어졌다. 2월 수출 증가율(―7.2%)보다 다소 높아졌지만 본격적인 회복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같은 기간 대기업의 수출 증가율이 △1월 19.3% △2월 13.8% △3월 18.8%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간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중소기업의 수출 둔화는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2002년 42%에 이르렀던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은 △2003년 42.2% △2004년 36% △올해 1분기(1∼3월)에는 31.3%까지 떨어졌다.
중소기업 가운데 벤처기업의 수출 비중 역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4%를 유지해 왔으나 올 1분기에 3%로 하락했다.
▽중소기업 구조조정 통해 경쟁력 향상돼야=중소기업의 수출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국내 중소기업의 취약한 경쟁력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전과 같은 물량을 수출해도 원화로 환산한 수출액은 감소한다. 예전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환율이 떨어진 만큼 수출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가격경쟁력이 악화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섣불리 결정하기 어렵다.
또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중소기업의 수출 채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실제로 원화가치와 국제유가(중동산 두바이유 기준)는 올해 들어 각각 최고 3.4%와 31.8% 올랐지만 중소기업은 이런 비용 상승 요인을 거의 반영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張在澈) 수석연구원은 “최근 중소기업의 수출실적 악화는 가격 상승 요인을 반영하지 못한 채 ‘출혈 수출’을 하다가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자 수출량을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주훈(金周勳) 연구위원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나오려면 산업 규모에 비해 턱없이 많은 중소기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일정 수 정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