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신인 돌풍이 유난히 세게 불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정규 시즌에서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거물급 신인들이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올 신인 최고 계약금 6억원에 두산에 입단한 ‘수퍼 루키’ 김명제(18)는 시범경기에서 2차례(10이닝) 선발로 나서 평균자책 1.80의 짠물 피칭으로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혔지만 정규 시즌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롯데와의 경기엔 선발 등판해 5이닝을 던지는 동안 4사구를 무려 6개를 내줬고 홈런 한방을 포함해 3안타를 맞고 3실점했다. 2경기에서 평균자책 5.06.
계약금 5억원을 받아 신인 몸값 랭킹 2위인 두산의 서동환(19)은 시범경기에서부터 10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타자 최고 몸값(3억3000만원)의 주인공인 LG 박병호(19)는 5경기에서 8타수 무안타를 기록 중. 박병호는 개막전을 포함해 3게임에서 7타수 무안타에 삼진 3개로 침묵한 뒤 2군으로 내려갔고 이후 1군과 2군을 오가고 있다.
‘이영민 타격상’ 수상자인 SK 최정(18)은 수비 불안으로 정규 시즌에 나서보지도 못했다. 개막과 함께 2군으로 내려갔기 때문. 간신히 주전 자리를 꿰찬 SK 정근우(23) 역시 20일 현재 타율 0.211로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몸값 3억5000만원의 현대 신인 투수 손승락(23)은 그나마 호투하고 있는 편. 4경기에 출전해 19이닝 동안 평균자책 5.21을 기록 중이지만 그나마 선발로 1승(2패)을 건졌다.
거물급 신인의 부진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프로와 아마의 현격한 수준차를 가장 큰 이유로 든다. 프로의 투수는 스피드, 변화구의 종류와 각도, 제구력 등 모든 면에서 아마와 큰 차이가 있다는 것.
또 단기적으로 코칭스태프에게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 주지 못하면 당장 2군행 통보를 받을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자신의 플레이를 하지 못하도록 작용하는 것도 또 다른 이유라는 지적이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