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욱 기자
19일 유엔 인권위원회로부터 특별보고관에 공식 임명됐다는 소식을 접한 정진성(鄭鎭星·51·사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도에 갈 준비를 시작했다. 인도는 지난해 8월 그가 특별보고관에 내정된 직후 방문하려다 입국을 거부당한 곳. 그는 “유엔인권위로부터 공식 승인이 떨어졌으니 조사활동에 대한 제약을 덜 받게 됐다”면서 기뻐했다.
그의 임무는 아직 지구상에 남아 있는 신분제도 실태를 조사하고 철폐 방안을 연구하는 것. 인도 네팔 세네갈 소말리아 등지에는 신분제도의 굴레에 묶여 하층계급으로 분류돼 차별받는 사람이 무려 2억6000만 명에 이른다. 이 중 1억7000만 명은 인도에 몰려 있다.
신분제도의 존재를 부인하는 이들 나라는 특별보고관 활동에 떨떠름한 반응이다. 그는 “당사국들로부터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조사활동이긴 하지만 신분차별 철폐는 유엔의 가장 시급한 인권 과제 중 하나”라며 “신분제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하층계급에 평등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해찬 국무총리와 같은 서울대 사회학과 72학번 출신으로서 ‘민청학련 세대’로 구분되는 그는 교수가 된 뒤에도 노근리사건 대책단 자문위원,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대책반 자문위원, 일제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사회문제에 적극 참여해 왔다.
정 교수가 지난해 유엔 인권소위 위원으로 선출된 지 채 1년도 안돼 특별보고관 역할을 부여받은 것도 2001년 교체위원(부위원급)으로 활동하며 유엔 무대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부각시켜 보상 결의안이 채택되도록 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 공로가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
신분제도 철폐와 함께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북한 인권 문제. 정부 차원에서 운영되는 유엔 인권위가 최근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한 만큼 민간 중심의 인권소위에서도 조만간 이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북한 인권 실상을 정확히 모르는 회원국들에 설명해 주기 위해 요즘 이 문제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정진성 교수의 유엔 활동
2000년: 유엔 인권소위원회 교체위원
(부위원급) 활동 시작
2004년 4월: 인권소위 정위원 당선
2004년 8월: 인권소위 특별보고관 내정
2005년 4월: 인권소위 특별보고관 정식 임명
2008년: 3년간 조사활동 후 보고서 발표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