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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國情院이 대통령의 ‘私設 해결사’였나

입력 | 2005-04-20 21:04:00


김대중(DJ) 전 대통령에게 혼외 딸이 있으며, 국가정보원 간부들이 DJ의 대통령 재임 중에 사기업 돈을 끌어다가 이 딸과 어머니를 관리해 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SBS가 그제 ‘뉴스추적’에서 제기한 내용이다. 이 프로그램은 14%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우리는 전직 대통령의 개인 가족사 부분을 부각해 흥밋거리로 삼는 데는 반대한다. 그러나 국가 최고정보기관이 대통령의 사생활과 정치적 입지를 보호하기 위해 기업인에게 손 내밀어 자금을 조달하고 이 돈을 실탄 삼아 ‘사설 해결사 노릇’을 했다면 그냥 덮을 수 없는 일이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당시 정부의 이중(二重) 도덕성, 대통령의 권력 오용 가능성, 국가기관의 직무권한 일탈과 권력 남용 등 심각한 문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2000년 검찰이 ‘진승현 게이트’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간부 2명이 진씨에게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그들은 받은 돈을 ‘특수사업’에 썼다고 주장하면서 사용처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SBS는 ‘특수사업’이라는 것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했던 DJ의 혼외 딸과 그 어머니의 입을 막는 일이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당시는 DJ가 남북정상회담과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을 앞둔 시점이었다.

여러 정황은 국정원 간부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국정원은 이번 문제를 명쾌하게 밝혀야 한다. ‘특수사업’에 대한 권부(權府)의 관여 의혹과 DJ의 인지 여부도 밝혀져야 한다. 다른 과거사들은 세금을 써가며 조사하고 있는 국정원이다. 뇌물의 사용처를 덮어버린 검찰에도 의혹을 해소할 책임이 있다.

DJ 측은 “사실과 다른 보도로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무엇이 사실과 다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전직 대통령의 도덕성과 국가기관의 신뢰가 걸린 사안이다. 사실관계를 분명히 한 뒤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반박할 일이 있으면 반박하는 것이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