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새로 발행하는 지폐와 관련해 인물초상을 빼고는 모든 도안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 김두경(金斗經) 발권국장은 20일 “새 지폐는 지폐 뒷면의 건축물을 포함해 모든 도안이 바뀔 수 있다”며 “다만 인물초상을 교체하지 않기로 한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유통되고 있는 지폐 뒷면의 경회루(1만 원권), 오죽헌(5000원권), 도산서원(1000원권)의 도안이 바뀔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 국장은 “인물초상 외의 모든 도안을 새로 만들어 달라고 조폐공사에 의뢰했다”며 “구체적인 도안은 시안(試案)이 나온 뒤 화폐도안자문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물초상에 대해서는 크기를 줄일 수는 있지만 현재의 모델을 교체하거나 보정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내년부터 발행되는 새 은행권에 인물도안을 유지키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새 은행권의 인물도안 유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찬성
반대
모르겠다
▶ 난 이렇게 본다(의견쓰기)
▶ “이미 투표하셨습니다” 문구 안내 이는 1만 원권의 세종대왕 표준영정을 그린 운보 김기창(雲甫 金基昶) 화백의 친일행적 논란과 관련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폐의 초상에 친일 작가의 그림을 써서는 안 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한은의 공식 반응이다.
서울대 미대 김민수(金玟秀·디자인학부) 교수는 19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은은 화폐가 지녀야 할 역사 문화적, 정신사적 부분도 치밀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친일 화백이 그린 화폐도안을 그대로 쓰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은 인터넷 홈페이지(www.bok.or.kr)의 자유게시판에도 누리꾼(네티즌)들의 비슷한 주장이 올라 있다.
그러나 김 국장은 “한은은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표준영정에 충실할 뿐”이라며 “친일논란이 있는 작가의 그림을 도안에서 빼는 문제는 문화부가 그들의 작품을 표준영정 지정에서 해제한다면 그 후에나 생각해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재 76점이 지정돼 있는 문화부 표준영정 가운데 친일논란이 있는 작가의 작품은 3분의 1가량 된다. 100원 동전에 쓰이는 월전 장우성(月田 張遇聖) 화백의 이순신도 이에 해당한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