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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청문회 "동북아 역사갈등 일본이 확대"

입력 | 2005-04-21 15:38:00


미국 하원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가 20일 '변화하는 일본의 등장'을 주제로 개최한 청문회에서 "동북아시아의 역사 갈등은 일본 정치인들이 확대하고 있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청문회에는 미국내 소장파 일본 전문가인 토머스 버거 보스턴대 교수와 레너드 쇼파 버지니아대 교수가 증인으로 나왔다.

▽민족주의 분쟁 = 버거 교수는 2005년 불거진 동북아 민족주의 갈등의 뿌리를 미일동맹의 강화를 통해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유리(遊離)되는 과정에서 찾았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민족주의의 부상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버거 교수는 "일본인이 과거의 잘못을 잊어버렸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일본 학생 대다수는 제국주의 만행을 다룬 역사를 배우고 있으며, 일본은 주변국에 사과도 했고, 보상도 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이어 "일본의 민족주의는 대외적으로 일본의 국익을 관철하는 방식이 아닌 내부적으로 '일본은 우뚝 서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버거 교수는 그러나 일본 우익이 군사주의적 애국주의를 고취하려 하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동조하는 구조가 문제의 출발점임을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정치인의 의도가)한국 중국도 국내정치적 이유로 포퓰리스트(대중영합)적 힘이 맞물린 것은 불운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쇼파 교수는 일본 정치인과 역사교과서 검정책임자의 말과 행동이 '일본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서 빚어지는 반일 감정의 일부는 적어도 일본의 행동 때문"이라고 말했다.

버거 교수는 청문회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이번 역사 갈등은 큰 흐름의 시작일 뿐"이라며 사안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그는 정부관리 및 민간학자가 참여하는 '트랙 2' 회의의 꾸준한 개최를 통한 시각차 좁히기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일본에는 (한국의 거듭된 사과 요구 때문에) 사과 피로 증후군이 생겼다"며 "(일본은) 사과를 하고, (한국은) 그 사과를 제대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독일 수준의 진사(陳謝)가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일본인은 '우리도 잘못은 했지만, 나치 독일의 만행과 동렬에 놓을 수 없다'는 생각"이라며 "한국인도 60년 세월이 흘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모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미일 동맹의 미래 = 버거 교수는 "(군대를 가질 수 있는) '보통 국가'로의 전환을 반대하던 사회당 및 공산당이 사실상 증발했다"며 일본의 안보역할 증대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그러나 "일본 자체의 완전무장 상태는 미국의 지지를 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일본안보에는 손해"라며 미국 의존형 군사력 강화를 예상했다.

그는 "다만 일본내에서도 지나친 미국 추종형 외교에 대한 반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일본이 미일동맹 때문에 입을 수 있는 피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쇼파 교수는 일본 국내정치지도의 변화를 분석하며 야당내 신세대 정치인과의 관계형성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그는 "보수적 자민당이 힘을 잃어간다"며 "2007년 총선에서 권력상실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국은 야당의 신세대 정치인과 관계증진에 힘쓰라"고 권고했다. 그는 미국의 오랜 파트너였던 한나라당이 소수파가 된 현상이 일본에서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