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영화로 영어보기]“Haven’t we met before?”

입력 | 2005-04-21 15:51:00

영화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영화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How to Lose a Guy in Ten Days)’에서 앤디(케이트 허드슨)는 뉴욕의 컬럼비아대 대학원 저널리즘학 석사 출신으로 정치나 환경에 대한 묵직한 기사를 쓰고 싶어 한다. 그러나 성장일로에 있는 여성지 ‘컴포저’에 몸담고 있는 그녀의 전문분야는 가벼운 비법소개 코너. 앤디는 바로 ‘How to Girl(비법 도우미)’인 것이다.

그녀의 기사제목을 보면 주로 이렇다. △How to talk your way out of a ticket(교통딱지 안 떼이게 말 잘하는 법) △How to lose a guy in ten days(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How to feng shui your apartment(아파트 풍수 인테리어 방법) △How to use the best pick-up lines(최고의 ‘작업용’ 멘트 날리기).

여기에 나오는 기사제목에선 미국인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데….

우선 제목에 나오는 feng shui는 풍수(風水)의 중국발음을 영어로 표기한 것. 풍수는 미국 주류사회에서 fad(일시적 유행)를 넘어서서 문화로 자리 잡은 개념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가수 마돈나,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도 풍수를 중요시하는 유명인사들이다.

그럼 pick-up line이란 무엇일까? 영어에서 활용도 200%를 자랑하는 표현인 pick up은 변화무쌍한 변신술을 자랑한다. 여기서 한 가지 뜻을 짚자면 ‘만나다’ 혹은 속어로 ‘꼬시다’의 뜻. “Where did you pick her up?”은 “저 여자 어디서 만났어요?” 혹은 “저 여자 어디서 꼬셨어요?”다. 앤디의 기사제목에 나오는 pick-up line은 바로 그런 의미이다.

line이라는 단어 역시 여러 의미로 쓰이는데 이 문맥에서는 ‘대사’ 혹은 ‘멘트’이다. 그래서 ‘pick-up line’하면 ‘이성에게 던지는 작업용 멘트’를 말한다.

pick-up line도 문화마다 다를까? 우리나라에서는 “혹시 시간 있으시면 차라도 한 잔?”이 가장 고전적인 pick-up line이라 하겠는데, 미국에서 쓰는 pick-up line의 고전은 “Haven’t we met before?(우리 이전에 만난 적 있지요?)”하며 말을 붙이는 것이다.

너무 강하거나 느끼하거나 직설적이지 않아서 그런지 이 질문은 상대방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묘한 힘이 있다. “Haven’t we met before?”란 질문을 받는 상대는 거의 반사적으로 그게 pick-up line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정말 만난 적이 있는지 궁금해 묻는 경우에는 “Haven’t we met before?” 하고 물은 뒤 곧 이어서 “This is not a pick-up line(이건 작업용 멘트가 아닙니다)” 하고 말함으로써 본인의 의도가 순수함을 밝히기도 한다.

작업용 멘트일 때는 그에 대한 응답도 각양각색이다. “Is this a pick-up line?(이거 작업용 멘트인가요?)”이라고 하거나, 아니면 본인이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를 알리고 싶어서인지 “I hear that all the time(그런 말 매일같이 들어요)”이라고 응수하기도 한다.

김태영 외화번역가·홍익대 교수 tae83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