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책을 많이 봐야 이 다음에 어른이 되어도 제대로 된 생각을 하며 살아가지 않을까요’라면서 독서교육을 시키고 싶다는 학부모는 어딘지 모르게 당당해 보인다. 하지만 ‘요즘은 공부 잘하려면 책을 많이 봐야 하잖아요. 국어 성적에도 도움이 되고…’하는 학부모는 공연히 선생 눈치를 살피기 마련이다.
독서를 시키려는 이유는 둘 다 맞다. 일반적으로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정보(information), 영감(inspiration), 오락(recreation)이라 할 수 있다. 독서의 목적이 다양하듯이 책을 읽는 방법도 한 가지만 고집할 일이 아니다.
과학책이나 역사책, 사전이나 도감류는 꼼꼼하고 철저하게 읽어야하는 게 기본이다. 읽은 내용이 자신의 것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여러 번 반복해 읽어야 한다. 그리고 비슷한 내용의 다른 책들도 찾아서 비교해 보고 새로운 정보를 찾아보는 게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미하엘 쾰마이어가 쓴 ‘신 그리스 신화’(현암사)를 쉽게 읽었다면 그리스 로마의 생활사를 신화와 함께 싣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미래M&B)를 읽으면서 그 지식을 더 넓혀 봄직하다. 그리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웅진닷컴)를 보면서 신의 세계를 인간사와 견주어 보는 것도 좋다.
정신적 자각이나 정서의 풍부함을 얻기 위한 독서라면 책 내용을 음미하고 그 감동에 흠뻑 빠져 볼 일이다.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 책 속에서 대화를 나눠보는 것, 얼마나 신나는 일이겠는가? 나는 절대로 아이들에게 책을 깨끗이 보지 말라고 말한다. 책을 읽다가 그때그때의 감상도 메모해 보고, 주인공에게 하고 싶은 말도 책에 직접 써 보라고 한다. 책 속 삽화에 말 주머니도 하나 더 만들어, 하고 싶은 말을 써넣은들 어떻겠는가? 책을 읽은 뒤 다시 공책을 펼쳐 독서감상문을 쓰라고 하면 질색하는 아이도, 읽으면서 감상을 마음대로 책에 메모하라고 하면 좋아라 한다. 공감하는 내용에 여러 가지 색연필로 줄도 긋고 때로는 항의도 하면서 아이들은 충분한 생각의 양분을 쌓을 수 있다.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오락’의 기능도 독서가 가지는 중요한 효과이므로 아이들도 책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게 필요하다. 좋은 만화책을 읽고 킥킥 웃어도 보고, 시 하나 외우며 근사한 척을 해 보는 것도 좋고, 탐정소설을 읽으면서 오싹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좋다.
책을 많이 읽으면 좋다. 문제는 책이 너무 많고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오길주 문예원 원장·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