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사에 있어서 가장 성공한 네거티브캠페인 중의 하나가 차떼기정당이 아닐까. 한나라당하면 차떼기당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차떼기당이 아니란 말인가. 기다 아니다가 아니라 차떼기당이란 오명에는 차떼기라는 명칭 이상의 엄청난 오해가 부지불식간에 쌓여있다는 얘기다. 크게 3가지만 밝혀보겠다.
첫째, 차떼기는 엄청난 돈이라는 오해. 둘째, 차떼기는 한나라당만 했다는 오해. 셋째, 차떼기로 치부했다는 오해다.
첫째, 차떼기는 과연 엄청난 돈인가. 과거에 5 · 6공때는 대선자금이 조단위 규모였다. 그러다가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로 오면서 천억단위로 줄었다가 지난 대선때는 백억단위가 왔다갔다 했다. 쉽게 말해서 과거에는 차떼기를 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돈들이 오고 갔으나, 지난 대선때에 와서 오히려 차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줄어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
둘째, 차떼기는 한나라당만 했는가. 차떼기의 원조는 열린우리당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이었다. 국민의 정부때 당시 실세였던 권노갑 고문이 받은 돈을 차로 실어 날랐다해서 현장검증까지 했던 일이 있었다. 그전에도 차떼기는 많았을 것이다. 들통이 나지 않았을 뿐이지. 당시 한나라당이 조금만 영리했으면 민주당을 차떼기당이라고 비난했을 것이다. 그런데 점잖기 짝이 없는 한나라당은 그러질 못했다. 16대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도중에 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보다 1/10이 넘게 나오면 대통령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리고 1/10이 넘게 나왔으나 대통령직을 그만두지는 않았다. 기업들이 검찰수사에서 여당에게 준돈은 밝히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0이 넘게 나온 것이다. 그것뿐인가. 과거정권에서는 권력비리가 정권말기에 터져나온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인수위시절부터 시작해서 정권출범 초기에 권력비리가 줄줄이 터져나왔다. 대통령 측근들이 하나같이 법정에 섰던 것이다. 하다못해 후원회장까지 들어갔다. 그런데 현 정권을 부패 · 비리정권이라하는 사람이 없다.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는 네거티브캠페인의 위력이다.
흔히 민주화세력, 개혁세력은 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민정부 · 국민의정부 ·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권력비리는 예외가 없었다. 도덕적이어서 도덕적인게 아니라 비도덕적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도덕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 초기에 어느 언론인이 청와대를 점령한 소위 개혁세력에게 이런 충고를 해준 적이 있다.「오래된 굴비보다 싱싱한 사시미가 빨리 썩는다」고.
셋째, 차떼기한 돈은 한나라당이 꿀꺽 삼켜버렸는가. 아니다. 모두 대통령 선거비용으로 썼다. 밥값으로 썼고 차비로 썼다. 차떼기당이라고 욕하는 아줌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밥도 먹었을 것이고, 차떼기당이라고 욕하는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도 탔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한나라당이 모두 치부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잘했다는 것이냐고 하면, 물론 절대 아니다. 하지만 차떼기당이란 참으로 재미있는 말 자체의 위력에, 또 그것을 국민에게 줄기차게 세뇌시킨 방송의 위력에 한나라당은 거의 초토화되버렸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는 비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얼마나 무기력했던가. 그런데 기가 막힌 것은 이 와중에 여당은 스스로가 마치 도덕적인 정당처럼 행세하고 있고, 또 국민들은 아무런 의식없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총리라는 사람이 국회에 와서 버젓이 한나라당을 차떼기당이라고 비난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더욱 문제는 한나라당 스스로도 자신을 차떼기당이라고 자학하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이래가지고 되겠는가. 우리는 언제까지 패배의식에 사로잡혀서 수세에 몰리기만 할 것인가. 그러다보면 오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나중에는 헤어날 수 없는 상태까지 가버린다. 그동안 맞을만큼 맞았으니 이제는 할말도 해야하지 않겠는가. 이것이 내가 뭇매를 맞을 각오로 차떼기당에 얽힌 오해를 주장하는 이유이다.
2005. 4. 19 정 두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