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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박석재]‘엑스포 꿈돌이’의 부활을 기대하며

입력 | 2005-04-22 18:25:00


1993년 개최된 대전 엑스포는 우리에게 국가에 대한 자긍심과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준 뜻 깊은 행사였다. ‘엑스포, 그곳엔 미래가 있다’는 구호 아래 사람들은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엑스포 기간에 특히 우리 이공계 사람들은 너무도 행복했다. 왜냐하면 국가의 미래가 이공계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엑스포 과학공원은 어렵게 운영되고 있다. 간간이 언론에 비치는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엑스포 과학공원의 몰락은 ‘이공계 위기’로 일컬어지는 현재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엑스포 때 뙤약볕 아래 줄서있던 그 많은 사람들, 땀을 뻘뻘 흘리며 춤을 추던 사람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명하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엑스포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마스코트 꿈돌이를 귀여워했다. 정부도 당시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꿈돌이를 만들고 홍보한 것으로 안다. 우리의 전통 도깨비와 외계인의 모습을 갖춘 귀여운 캐릭터였다. 국민에게 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세계에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을 알리는 엑스포 과학공원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꿈돌이는 지금 우주 어딘가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푸른 행성’ 지구를 그리워하며 눈물짓고 있을 것이다. 엑스포가 끝나고 12년이 지난 지금 꿈돌이는 철저하게 잊혀졌기 때문이다. 요즘 어린이들은 꿈돌이가 누군지 아예 모른다. “아빠, 꿈돌이가 도대체 누구예요?” 하고 물을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 과학계에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과학계에는 과학자나 실험실, 연구결과만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만의 전설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꿈이 있어야 한다.

꿈돌이가 사라진 지금 우리의 꿈도 사라진 느낌이다. 꿈돌이 없는 엑스포 과학공원은 미키 마우스 없는 디즈니랜드와 같은 것이다.

꿈돌이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지 않은 채 공원을 살리는 일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엑스포라는 말을 빼거나 공원 문을 닫을 계획이 없다면 일단 꿈돌이를 되살리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새 캐릭터를 개발해 본들 무엇이 크게 달라지겠는가. 다시 홍보하기 위해 귀중한 예산만 축나지 않겠는가. 더구나 꿈돌이는 외계인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에 완벽한 캐릭터이다.

꿈돌이의 부활은 자연스럽게 정부가 범국민 과학문화운동으로 추진 중인 ‘사이언스 코리아(Science Korea)’ 운동에도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어린이날에 즈음해 12년 만에 꿈돌이를 부활시키는 행사가 엑스포 과학공원 옆 꿈돌이랜드에서 열린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밤하늘에 나타난 미확인비행물체(UFO)를 향해 목청껏 “꿈돌아!” 하고 외치면 꿈돌이가 내려온단다. 열렬한 박수 속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꿈돌이에게 환영의 꽃다발을 걸어주는 감격스러운 장면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를 위해 한 ‘7080그룹’ 어른들은 ‘돌아온 꿈돌이’라는 노래도 준비했다고 들린다.

이러한 ‘풀뿌리’ 행사가 어린이들만의 축제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그리고 여세를 몰아 올여름 엑스포 과학공원에서 열리는 ‘사이언스 페스티벌’이 예컨대 광주의 비엔날레처럼 전국적인 행사로 확고히 자리 잡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국민들에게 꿈과 미래를 다시 일깨워주는 ‘제2의 엑스포’가 되기를 바란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천체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