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23일 인도네시아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폐막 후 정상회담을 갖고 중일관계 개선책을 모색했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와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 대만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서로 원칙적 입장만 밝힌 채 비켜감으로써 양국 갈등은 여전히 내연(內燃) 상태로 남게 됐다.
▽우호에는 한 목소리=후 주석은 "현재 양국이 처한 어려운 국면은 우리가 보고싶지 않는 것"이라며 "양국이 싸우면 서로에게 해가 된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도 "중일 우호는 양국 뿐 아니라 아시아에 중요하다"며 "중국의 발전은 일본에게 위협이 아니라 기회"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이 한 목소리로 우호를 강조한 것은 양국 관계의 장기적 악화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중국은 대일(對日) 관계 악화가경제에 미칠 부작용과 함께 반일 폭력시위가 정치적, 사회적 안정을 해치는 사태로 변질될 가능성을 차단하려 했다.
일본은 "과거사 문제도 처리하지 못하는 국가"라는 국제 사회의 부정적 이미지와 함께 주변국과의 갈등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했다.
▽곳곳이 지뢰밭=양국 갈등이 다시 폭발할 수 있는 최대 뇌관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대만 문제에 대한 일본의 개입 여부다.
후 주석은 특히 야스쿠니 참배 문제에 대해 "반성은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못박았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적절히 판단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다른 말을 했다.
이와 관련, 보시라이(薄熙來) 중국 상무부장은 중국 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반대한다면서도 일본의 진정한 과거사 반성이 없으면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23일 일제히 보도했다.
그는 "중일간에 '정치는 냉각되고 경제는 과열되는(政冷經熱)' 비정상적인 상황이 오래 지속돼 왔다"면서 "일본이 역사문제를 정확히 처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경제도 식어버릴 수 있으며 이같은 현상은 이미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도 인화성이 강한 사안이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기 않았다. 그 만큼 걸끄러운 사안이기 때문이다. 양국은 다음 달 실무협의를 갖고 중국이 제안한 공동 개발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지만 일본은 동중국해 전체를 공동 개발하자는 입장이어서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 반일단체들이 다음달 초로 계획하고 있는 반일 시위와 일본 내에서 격화되고 있는 반중 움직임들도 양국 국민감정을 또다시 자극할 수 있는 불씨들이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19891042|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