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3일 "5개국이 회담을 원하고 한 나라(북한)만 참가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를 이렇게 아니면 저렇게라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를 조율하기 위한 한중일 3국 순방의 첫 일정으로 이날 한국을 방문한 힐 차관보는 "북한을 회담장으로 불러내는 데 실패한 만큼 (3개국과)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대화해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힐 차관보의 발언은 한중일 3국과의 협의를 거쳐 6자회담 이외의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북한은 6자회담을 통한 문제 해결에 동의했으면서도 지키려 하지 않으며, 대화조차도 원치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힐 차관보의 한중일 순방은 북한의 영변 5㎿ 원자로 가동 중단과 북핵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경고,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 한미 정상회담 추진 등이 겹쳐있는 시점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6자회담 재개의 시한과 후속 조치에 대해 속 깊은 얘기가 오갈 수도 있을 것이란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힐 차관보는 25일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북핵 문제와 함께 정부가 6월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는 26일 중국을 방문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중재 역할을 요청한 뒤 일본을 거쳐 28일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