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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콜록콜록… 감기, 앓게 둬라

입력 | 2005-04-24 17:20:00


《완연한 봄.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다. 그러나 황사에 큰 일교차까지 겹치면서 종종 아이에게 뒤탈이 생긴다. 콜록거리고 고열에 시달리는가 하면 아토피피부염이나 알레르기 비염이 악화된다. 이 무렵 아이가 감기에 잘 걸리는 것은 겨우내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어떤 아이는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반면 어떤 아이는 감기를 달고 사는 것도 면역력의 문제다.》

○ 39도 이상 고열 반나절 이상 지속된 뒤 해열제 먹여라

요즘 아이들이 과거보다 덩치는 커졌는데 체질은 약해졌다는 말을 많이 한다. 맞는 말이다. 실제 과거보다 지금 아이들의 면역력이 떨어진다. 왜 그럴까. ‘위생가설’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위생가설이란 위생 수준이 높아질수록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이론이다. 위생 수준이 좋지 않은 곳에서 자라면 세균과 바이러스에 노출됨으로써 면역체계가 만들어지고 강화된다. 그러나 너무 깨끗한 곳에서 자라면 면역체계를 만들 기회가 적어 쉽게 병에 걸린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감기 등 잔병치레를 많이 하면 면역력도 강화된다. 따라서 의사들은 열이 조금 올랐다고 해열제를 먹이기보다는 아이가 땀을 내면서 감기 바이러스와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39도 이상 고열이 반나절 이상 계속되는 정도가 아니라면 그냥 내버려 두라는 얘기다. 그래야 면역체계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면역학자들은 감기를 ‘고마운 병’이라 부른다.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신호이자 동시에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병이기 때문이다.

○ 일상생활 면역력 키우기 3원칙… 충분한 수면, 1시간 이상 밖에서 놀기, 물 많이 마시기

사람의 몸은 안정적일 때 면역력이 높아진다. 따라서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식사하며 잠자리에 들도록 지도해야 한다. 특히 충분한 수면은 중요하다. 잠이 모자라면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2세는 13시간 이상, 4세는 11시간, 6세는 9∼10시간 자는 게 좋다.

봄이 되면 놀이터에서 매일 한 시간 정도 뛰어 놀게 하면 좋다. 심폐기능이 강화될 뿐 아니라 햇볕을 받아 비타민D가 만들어져 면역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다면 억지로라도 밖으로 내보내는 게 현명하다.

평소 물을 많이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물이 몸 안의 독소를 배출하기 때문. 물을 싫어한다면 주스도 괜찮다. 다만 주스의 농도는 100% 원액보다는 50∼80%로 희석시키는 게 좋다.

최근 면역력을 높인다며 아이들을 겨냥한 건강식품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해독기능이 어른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장기간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반드시 의사와 상의한 후 먹이도록 한다.

건강식품보다는 영양 균형을 맞춘 식단이 더 낫다. 특히 입이 짧은 아이일수록 비타민과 무기질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에 야채와 과일을 꾸준히 먹이도록 한다.

○ 피부 마사지-크게 웃는 웃음은 면역력 강화 최고의 비법

엄마 젖을 먹이면 아이의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모유 수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엄마의 정서다. 젖을 먹이지 못해 엄마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정서는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전염된다. 불안을 느끼고 결과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진다.

엄마의 애정을 담은 피부 마사지도 아이의 면역력을 높인다. 미국 마이애미주립대 피부접촉연구센터의 실험에서 엄마의 마사지를 많이 받은 아기일수록 코르티솔 분비량이 급격하게 줄고 면역력이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웃음은 면역력을 높이는 최고의 비법이다. 크게 웃으면 대뇌의 변연계(가장자리계)가 활성화되면서 엔도르핀 등 몸에 좋은 호르몬이 늘어나고 코르티솔은 줄어든다. 이에 따라 면역을 강화하는 물질인 ‘면역글로불린’이 많아지고 활동도 왕성해진다. 또 백혈구의 수가 늘어나고 암이나 세균성 질환에 대항하는 자연살해(NK)세포의 기능도 활성화된다.

따라서 아이들이 박장대소하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 평소 잘 웃지 않는 아이라면 살살 간지럼을 태우며 웃게 만들자.

(도움말=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 교수, 의정부성모병원 소아과 김영훈 교수,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이상일 교수)

면역력 강화에 좋은 음식면역력 강화 영양소대표적 식품엽산녹색채소, 콩류, 과일류, 살코기피리독신(비타민 B6)생선,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콩, 현미 등 잡곡류비타민 A 베타카로틴생선, 계란, 해조류, 당근 시금치 등 녹황색 채소류비타민 C풋고추 고춧잎 피망 케일 양배추 시금치 등 채소류, 키위 오렌지 딸기 등 과일비타민 E식물성기름, 땅콩 잣 호두 등 견과류철분(Fe) 살코기, 생선, 계란, 콩, 팥, 해조류, 짙푸른 채소류아연(Zn)굴 등 패류, 육류, 가금류마그네슘(Mg)견과류, 콩류, 현미 귀리 등 잡곡류셀레늄(Se)해산물, 살코기, 곡류, 우유 및 유제품자료제공: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영양상담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