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눈부시게 부활했습니다.
2년 전만 해도 하이닉스는 주식시장의 천덕꾸러기였습니다. 거래소 전체의 21%에 이르는 주식 수와 총거래량의 70%를 차지하는 거래량으로 데이트레이더의 집중 표적이 됐습니다.
투자 의견을 내는 전문가도 없었습니다. 도박성이 강해 “하이닉스는 파라다이스, 강원랜드와 함께 ‘도박업종’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비아냥거림까지 있었지요.
그런 하이닉스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당당히 부활한 모습을 보니 놀랍고 반가울 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기억을 3년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당시 여론은 하이닉스를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팔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하이닉스 이사회는 매각에 반대하며 독자 생존을 선택했습니다.
그때 고위 공직자들이 했던 발언들입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독자 생존이 힘들다. 매각 외에 대안은 없다.”(전윤철·田允喆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하이닉스 처리는 해외 매각이 유일한 방안이다. 독자 생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안 사면 세계 어디에서도 살 기업은 없다.”(이근영·李瑾榮 당시 금융감독위원장)
지금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없습니다. 당당히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회생한 하이닉스를 보면 당시 공직자들의 입이 얼마나 가벼웠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공직자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또 당시 하이닉스가 정말 회생하기 어려워 보이기도 했지요.
그러나 민간 전문가라면 몰라도 공직자는 한 기업의 운명에 대해 이렇게 가볍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얼마 전 한덕수(韓悳洙) 경제부총리가 “연초 주가가 오버슈팅됐다”고 말해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사실 저 역시 연초 주가가 오버슈팅됐다는 데 동의합니다. 그러나 오버슈팅된 것이 사실이라도, 기자는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어도, 한 나라의 부총리는 그렇게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공직자의 입은 태산처럼 무거워야 합니다. 특히 한 기업의 생사가 달린 문제, 투자자의 피 같은 돈이 걸린 문제를 말할 때는 더욱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완배 경제부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