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이 사방에서 압력을 받고 있다.
경찰은 수사권의 독립을 요구하고, 야당은 특별검사제의 상설화를 주장하고 있으며, 정부 여당까지 공직자부패수사처(공수처)의 신설과 관련하여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대선자금 수사 등을 통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검찰을 지나치게 압박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에 대해 ‘제도 이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내놓을 것은 내놔야 한다”고 말한 것은 ‘검찰 길들이기’의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공직자의 부패 및 비리 등에 관한 수사를 검찰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왜 필요하며, 어느 정도의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이는 두 가지와 연계되어 있다. 하나는 검찰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며, 다른 하나는 검찰의 권력이 지나치게 강력한 것에 대한 우려이다.
▼‘검찰 길들이기 아니냐’ 논란▼
비록 검찰에 대한 신뢰가 많이 회복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검찰에 대한 불신을 씻어 내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 일반 국민의 감정이며, 이를 정치권에서도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여당에서는 공수처, 야당에서는 상설특검제를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사건을 해결하자고 하는 것이다.
또한 검찰의 권력이 지나치게 강력해졌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정보기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검찰총장의 임기제 등을 통해 정치권이 검찰에 미치는 영향력도 감소되면서 검찰의 권력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인 것이고, 검찰권의 공정한 행사를 위한 전제이다. 하지만 강력해진, 그리고 쉽게 통제되지 않는 검찰권에 대해 국민이 부담을 느끼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검찰이 기득권의 유지에만 골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의 검찰은 선진국에 비해 폭넓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록 지난 50여 년간 사법 실무의 발전 과정에서 검찰에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할지라도 이제는 서서히 정상적인 방향으로의 발전을 위해 조정을 해야 할 시점이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 요구에 대해 검찰에서는 독자적인 수사권을 갖게 될 경우 경찰권이 지나치게 강력해진다고 반대 논거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의 검찰권 또한 그에 못지않게 강력하다. 그러므로 검찰의 수사권 독점이나 수사지휘권 등에 대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권한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처럼 공직자 부패 수사 문제에 대해서도 미래지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공수처의 신설이 만병통치약이나 되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특검이 검찰이나 경찰의 협조 없이 성공하기 어려운 것처럼 공수처 또한 검경 조직의 유기적인 협조 없이는 제 기능을 다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공수처를 국가인권위원회와 비슷한 독립된 조직으로 구성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
▼여론 충분히 수렴해 결정을▼
세간의 우려대로 이를 추진하는 배경에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면 더더욱 곤란하다. 그럴 경우 공수처 또한 ‘제도 이상의 권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경우, 더구나 기존의 국가기관에서 담당하던 것을 분리하고 독립시켜 새로운 기구를 출범시킬 경우에는 안팎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신설한 기관이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할 경우 그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