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산별노조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양분될 조짐이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노조 산하 13개 지부는 이달 초 ‘금융산업노조발전협의회(금발협)’를 결성했다.
이들 지부는 올해 1월 실시된 금융노조위원장 선거에서 김기준(金基俊·외환은행) 현 위원장에게 패배한 양병민(梁柄敏·하나은행) 전 금융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을 지지하고 있다.
금융계 노조가 분열된 이유는 이번 선거의 후유증 때문이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가 수기투표로 바꾸는 등 혼란 끝에 김 위원장이 근소한 차로 당선됐다. 이 과정에서 두 편으로 나뉜 노조는 부정선거 논란으로 갈등을 빚어 왔다.
금발협은 금융노조 집행부가 선거 후유증을 조기에 수습하지 못하는 데다 노조 발전방안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발협 관계자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각자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며 “금융노조에서 교섭권을 가져와 지부별로 임금협상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내분이 조기에 수습되지 못하면 다음 달부터 시작될 은행권 임금 및 단체협상은 산별 공동 협상과 단위 사업장별 협상이 혼재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은행 관계자는 “임금 인상은 물론 비정규직 문제, 성과제 도입 등이 쟁점이 될 올해 임단협을 눈앞에 두고 노조가 두 편으로 갈라져 혼란스럽다”며 “양측의 선명성 경쟁으로 협상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8만 명의 화이트칼라 조합원을 거느린 한국노총의 최대 산별조직이자 핵심세력으로 모두 37개 지부로 구성돼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