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병원이나 약국에서 화장품을 사고, 화장품 가게에서 건강보조식품을 사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약과 화장품, 건강보조식품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에는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시장의 성장세가 눈길을 끌었다.
코스메슈티컬은 화장품(cosmetic)과 의약품(pharmaceutical)을 합성한 조어. 화장품이면서 ‘치료’나 예방을 겸할 수 있는 의약용 화장품을 말한다.
‘의약품’ 수준에 버금가는 화장품 수요가 그만큼 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이지함, CNP 등 병원 브랜드 화장품뿐만 아니라 제약회사에서 만드는 의약용 화장품도 인기가 높다.
한국스티펠제약의 ‘스티바-A’는 여드름 치료 연고다.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지만 주름개선 기능이 있어 화장품처럼 수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병원과 제약회사의 공세에 기존 화장품 업체도 적극 공세로 맞서고 있다.
로레알 코리아의 ‘비쉬’는 약국용 화장품으로 랑콤이나 비오템과 같은 백화점 화장품에 비해 기능성 면에서 차별화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
태평양은 ‘비비 프로그램’이라는 건강보조식품 라인을 개발한 후 바르면 군살이 빠진다는 슬리밍 제품과 함께 팔아 히트를 쳤다. 이른바 ‘뷰티푸드’ 시장을 개척한 것.
DHC는 아예 화장품과 뷰티푸드 모델을 따로 내세워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약, 건강보조식품, 화장품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판매하는 유통망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이른바 ‘올리브영’과 ‘W스토어’ 등은 약국 슈퍼마켓을 표방한 신개념의 유통체인이다. 전문 약사가 약을 팔지만, 한쪽에는 피부 측정기가 설치돼 있어 화장품 가게처럼 보이기도 한다. 건강보조식품 코너도 따로 붙어있다.
문제는 화장품인데도 전문의약품처럼 과대 광고하거나, 건강보조식품인데도 전문 건강기능식품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욕심을 버리고 가려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