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전철에 “이제부터 서울(首이)입니다”라는 광고가 등장했다. 문제는 ‘首이’는 중국어의 서울 표기인데 마치 서울의 한자명으로 오인되고 있는 점이다. 대다수 한국인은 중국어를 몰라 전통의 한자음에 따라 ‘수이’로 읽을 수밖에 없다. 이 광고가 국내 중국인을 위한 홍보라면 응당 ‘這裏是首이(저리스서우얼·여기는 서울입니다)’이라고 해야 한다.
서울은 한자표기가 없기 때문에 과거 중국어로는 한성(漢城), 영어로는 ‘Seoul’, 일본어로는 ‘ソウル’라 불렀다. 이번에 우리가 首이라는 한자를 써서 서울을 칭해 달라는 부탁을 한 셈이다. 문제는 중국어 발음만을 고려했지 그것이 서울의 한자명이 돼 버린다는 점은 생각지 못했다는 데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한자의 꼴을 바꾸거나 아예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한자는 본래 ‘해, 달, 옷, 칼’ 등의 모양을 그려 ‘日(일), 月(월), 衣(의), 刀(도)’ 자들을 만들었고 언덕 위에 지은 큰 집이 ‘京(경)’인데 이런 집이 많은 곳이 큰 도시 ‘서울 京’이 되었다.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고친 畑(전), 峠(상) 등 50여 자를 국자(國字)라 부른다. 한국의 조(曺)씨들은 曹(고을 조)를 빌려 쓰면서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 한 획을 빼 曺(성 조)로 만들었다. 답(畓)자를 만든 우리 조상들의 독창성도 본받을 만하다.
이렇듯 ‘서울’도 한자를 만들 수 있다. ‘서울 서’와 ‘서울 울’이라는 한자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가령 서울 서(x)는 기둥 셋인 京을 넷으로 바꾸어 만들고, 남산과 한강에서 뜻을 따 山과 水를 상하로 합해 서울 울(w)자를 만든다면 어떨까. 처음엔 생소해 보이나 중국의 간체자에는 y(조) 奪(탈) 婦(부) 歸(귀) ”(골) 등 야릇한 글자가 얼마든지 있다.
이들 ‘xw’ 두 자는 중국이나 일본에도 없는 한국의 고유 한자가 될 것이다. 일본인은 x는 ソウ, w은 ル라 하고, 중국인은 x는 shou, w은 er이라고 읽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예일 뿐, 우리 국민은 더욱 참신한 한자를 만들 수 있다.
양동숙 숙명여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