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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우량주 장기투자하려면 美주가 떨어진 다음날 잡아라

입력 | 2005-04-26 18:14:00



최근 한국과 미국 증시의 동조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밤새 미국 증시가 오르면 다음 날 한국 증시가 따라 오르고, 미국 증시가 내리면 한국 증시도 따라 내리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것.

동조화는 증시를 이끌 만한 뚜렷한 재료가 없을 때 나타나는 현상. 현재 한국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요인이 별로 없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미국 증시만 쳐다보는 지루한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동조화를 투자에 활용하고 싶다면 우선 동조화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투자를 할 것인지, 단기투자를 할 것인지를 정하고 매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조화 구조=동조화의 근본적인 이유는 외국인투자가에게 있다.

메릴린치가 2001년 투자방식을 지역별 투자에서 분야별 투자로 바꾼 이래 적지 않은 외국인투자가들이 이런 투자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지역별 투자란 ‘유럽 10%, 일본 3%, 신흥시장 4%, 아울러 한국은 신흥시장 비중의 10%’ 식으로 국가별로 투자 비중을 정해 놓는 것. 이렇게 투자하면 미국 증시가 하락한다고 딱히 한국 증시까지 흔들릴 이유가 없다.

하지만 최근 일반화된 분야별 투자방식은 ‘세계시장 중에 반도체 40%, 통신 30%, 유틸리티(전력 가스 등) 10%’ 식으로 업종별 투자 비중을 정해 놓는 것이다.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다고 전망하면 대형 외국인투자가들은 반도체 주식 비중을 줄인다. 이는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한국의 삼성전자를 동시에 매도하는 것을 뜻한다. 외국인투자가들이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를 팔면 다음 날 한국 증시에서도 삼성전자를 팔기 때문에 동조화가 생기는 것.

여기에 국내 투자자들의 ‘외국인 따라하기’ 심리도 동조화에 영향을 끼친다.

전날 미국 증시가 하락하면 ‘외국인이 오늘 한국 증시에서 주식을 팔 것이고 우리도 따라하는 게 유리하다’는 인식 때문에 동조화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투자 요령=장기투자자라면 동조화를 역이용하는 것이 좋은 투자전략.

국내 기업의 실적은 괜찮은데 미국 증시가 하락했다는 이유로 주가가 떨어지면 그때를 주식을 싼 가격에 매수하는 기회로 삼는 것.

미국 증시가 급락했던 21일 동조화 영향으로 종합주가지수 920선이 무너지자 연기금이 대거 우량주 저가 매수에 나선 적이 있다. 이런 식으로 동조화를 역이용한 장기투자 전략을 세우면 우량주를 싸게 살 수 있다.

단기투자를 할 생각이라면 일단 증시가 개장하자마자 형성되는 시초가에 주목해야 한다. 동조화 영향은 시초가에 대부분 반영되며 이것이 종가까지 갈 확률이 높기 때문.

따라서 시초가가 1만 원이었다면 대략 이날 종가도 1만 원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1만 원보다 떨어지면 매수, 올라가면 매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장기투자이건 단기투자이건 동조화는 대부분 대형 우량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중소형주에 투자할 때에는 동조화에 구애받지 않고 종목을 고르는 것이 좋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