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문화재청장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로 고른 것 같은데, 그 코드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어.”
25일 새로 구성된 문화재위원회 인선에서 자신의 이름이 빠진 것을 확인한 한 문화계 원로는 “나야 나이도 있고 귀찮은 일을 면해줘서 고맙긴 한데…”라면서도 허탈한 심사를 이렇게 표현했다.
문화재청은 기존 문화재위원 85명 중 39%인 33명을 교체하고 24명을 증원해 모두 109명으로 새 문화재위원회를 구성했다. 전체 문화재위원의 50% 이상이 새 인물인 셈이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임 위원을 70%선에서 유임했고, 나머지 30%를 출석률 활동실적 건강 등을 고려해 교체했다”고 교체비율을 축소 발표했다.
문화재청은 기존 박물관분과위를 폐지하는 대신 등록문화재 심의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근대문화재분과위를 신설하고, 국보지정분과위에 기존 당연직 위원들 외에 원로학자를 중심으로 분과위원들을 별도로 위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 문화재위원 인선을 두고 뒷말이 무성한 것은 문화재청이 내세우는 이 같은 ‘전문성 강화’ 명목 외에 유 청장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의 대거 위촉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특히 명지대 교수 휴직상태인 유 청장이 ‘명지대 인맥’과 그가 오랫동안 교수로 있던 영남대 등 ‘대구 인맥’을 대거 발탁한 것은 유 청장의 ‘선심 쓰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유 청장, 윤용이 교수와 함께 ‘명지대 삼총사’로 불리는 이태호 교수는 물론 유 청장의 후임 영남대 박물관장인 이청규 교수도 새로 문화재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유 청장이 자신의 뜻대로 문화재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코드’에 맞는 사람들을 대거 위촉했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유 청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실무진에서 올라온 후보 명단을 두고 일부 믿을 만한 원로와 상의해 각 분야에서 대표성을 가진 분들을 인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