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은 25일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사업권 포기를 밝히면서 “초고속 인터넷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댔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았다. 사업권 획득에서 포기까지 3개월밖에 안 걸렸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동안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기에…. 하나로텔레콤이 ‘바뀐 상황’으로 지목한 게 바로 파워콤이다. 파워콤 때문에 주력사업인 초고속 인터넷 분야의 상황이 급해졌고 신규 사업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졌다는 주장이다.》
▽새로운 경쟁자=데이콤의 자회사인 파워콤은 지난달 28일 소매업 허가 신청서를 정보통신부에 제출했다. 일반 가정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통신업계에선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허가가 나고 7월부터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KT, 하나로텔레콤, 두루넷, 온세통신, 데이콤, 드림라인 등 6개 전국 사업자에 지역케이블TV 방송사까지 포함해 줄잡아 60여 개에 이른다.
경쟁이 치열하다. 거의 모든 업체가 과열 경쟁으로 통신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다. 케이블TV 방송사들은 전국 사업자의 절반 수준인 월 1만∼2만 원의 서비스 이용료를 내면 케이블TV도 볼 수 있게 해준다.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정체됐다. 지난해 시장성장률은 6%로 이동통신시장(9%)에도 못 미친다. 초고속 인터넷 업계에선 시장 전체의 순증 가입자가 지난해 75만 명에서 올해 55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살기 위해 서로 빼앗고 빼앗기는 상황. 이런 와중에 파워콤이라는 강자(强者)가 링에 올라올 채비를 마친 것이다.
▽불안한 기존 업계=두루넷을 인수한 하나로텔레콤의 초고속 인터넷 시장점유율은 33.3%에 이른다. 왜 하나로텔레콤은 와이브로를 포기하면서 시장점유율이 2.1%에 불과한 데이콤의 자회사(파워콤)를 지목했을까.
파워콤은 2000년 1월 한국전력의 광통신망과 케이블TV 전송망을 분리해 설립됐다. 자체 망도 갖고 있다.
지금도 데이콤은 물론 두루넷이나 하나로텔레콤 등도 파워콤의 망을 일부 임차해서 사용하고 있다.
데이콤은 이미 파워콤의 망을 기반으로 100Mbps급 초고속 인터넷인 ‘광랜’을 보급하고 있다. 파워콤이 소매영업을 시작하는 7월에는 양사가 공동으로 사용할 초고속 인터넷 브랜드를 발표하며 공세를 펼 계획이다.
▽7월 이후=기존 업계는 파워콤이 초기에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저가(低價) 공세를 펼칠 게 뻔하다고 주장한다. 시장이 정체돼 가뜩이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데이콤 관계자는 “파워콤의 소매업 허가도 아직 안 난 상황에서 가격 정책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방송 인터넷 전화를 함께 제공하는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로 가입자 유치전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TPS는 KT나 하나로텔레콤 등도 이미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다.
가격이 됐든 새로운 서비스가 됐든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올해 하반기 대격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