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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데뷔 20년 앨범 내는 이승철 "난 운 좋은 '황제'"

입력 | 2005-04-27 03:47:00

사진제공 루이 엔터테인먼트


“2004년 12월 31일. MBC 10대 가수 가요제 무대에 난생 처음 올랐다. 그런데 사회자 왈, ‘오늘 모인 가수들의 평균 연령이 23.17세’란다. 헉! 거의 20년 차이다. 내 자식 같은 가수들….” (이승철 홈페이지 중 ‘바이오그래피’에서)

지난해 말 가수 이승철(40·사진)은 데뷔 19년 만에 처음으로 3대 방송사 가요 시상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감격도 잠시…. 함께 참석한 10대 그룹 ‘동방신기’를 보는 순간 ‘아, 나도 오래됐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미소년 로커’ 이승철도 이제는 배나온 중년 남자다. 2005년 5월, 그는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워크 투 리멤버’를 갖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가수생활 20년… “이제야 노래를 알 것 같습니다”

“저는 행운아라고 생각해요. 인기는 저의 노력만으로는 얻을 수 없다고 봅니다. ‘운 좋은 딴따라.’ 그게 바로 20년간의 저의 모습이라고 할까요.”

25일 서울 강남의 한 녹음실에서 만난 이승철은 의외로 겸손했다. ‘최고의 가창력’, ‘라이브의 황제’ 등의 찬사를 받는 그가 대뜸 20주년 소감에 ‘운’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해 7집 타이틀곡 ‘긴 하루’로 데뷔 19년 만에 처음으로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 트로피를 손에 쥐었어요. 2001년에는 그룹 ‘부활’ 15주년 기념으로 멤버들을 다시 모아 ‘네버엔딩 스토리’ 음반을 발표했는데 멤버들에게 ‘10만 장만 넘기면 내가 너희들 업어준다’고 할 만큼 기대를 안 했습니다. 그런데 30만 장 넘게 나갔죠. 실력과 노력 그 이상의 ‘운’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1985년 록 그룹 ‘부활’의 리드보컬로 데뷔한 이후 이승철은 정규앨범 외에 라이브앨범 편집앨범 등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20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록 발라드곡 ‘희야’부터 ‘방황’, ‘오늘도 난’ 같은 댄스, ‘색깔 속의 비밀’ 같은 재즈 등 다양한 장르에서 그는 평론가와 대중 모두에게서 환영받는 가수가 됐다.

“예전에는 엉엉 울고 있는 나를 표현했다면 지금은 절제된 슬픔을 노래하죠. 이제야 노래를 어떻게 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데뷔 20주년… “파티와 황제를 경험했습니다”

데뷔 20주년 기념 음반 ‘워크 투 리멤버’와 전국 투어 콘서트를 위해 이승철은 ‘패션쇼’를 했다. 5월 말 발매 예정인 앨범 컨셉트는 ‘파티’. 음반 재킷 촬영을 위해 그는 턱시도를 입고 샴페인을 터뜨렸다. 또 ‘이승철과 황제’라는 그룹 이름답게 황제 복장으로 콘서트 포스터 사진을 찍었다.

“사실 20주년이란 것이 실감나지 않아요. (조)용필이 형도 35주년 때 실감 안 난다고 했는데 저도 마찬가지죠. 오히려 주위에서 난리였답니다.”

이승철의 20주년 기념 앨범에는 ‘열을 세어보아요’, ‘기억 때문에’ 등의 발라드 곡과 보사노바 곡 ‘비개인 오후’를 포함한 신곡 4곡과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양희은의 ‘한계령’ 등 리메이크 7곡이 실렸다.

“이번 음반은 축축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만들었습니다. 보드카를 마시면서 흥얼거렸죠. 취해서 노래하다가 잠들기도 했고요.”

그는 5월 28일 구미를 시작으로 천안, 안산, 서울 등 내년 2월까지 20개 도시 전국 투어 콘서트도 계획 중이다. 데뷔 20년. 여전히 그는 ‘무대 위의 황제’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