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떠야 아파트가 뜬다.’ 아파트 브랜드 경쟁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브랜드가 아파트 가격을 결정짓는 요인이 되면서 건설업체들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자사 브랜드 효과나 인지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하는 대형 건설업체들과 브랜드 후발주자인 중견 업체들은 잇달아 새 브랜드를 개발하거나 브랜드 홍보 강화에 나서고 있다.》
▽브랜드 경쟁 2차전=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해지면서 경쟁에서 뒤처진 업체들은 다시 새로운 브랜드로 시장 공략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브랜드 개발 작업에 착수해 1월에 아파트 이름을 대대적으로 공모한 현대건설은 이르면 5월경 ‘홈타운’을 대신할 새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쌍용건설은 이미 ‘스윗닷홈’의 교체 브랜드를 내정해 놓은 상황. 회사의 인수합병이 마무리되면 새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회사명이 바뀐 GS건설은 ‘자이’ 브랜드 홍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GS건설의 박희윤 부사장은 “사명 변경에 따른 혼란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 회사명보다 자이 브랜드 중심의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남광토건이 최근 ‘하우스토리’라는 새 브랜드를 선보였고, 우림건설 KCC건설 세양건설 등의 중견업체들이 브랜드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브랜드=정보… 소비자 맘 잡는다”▼
▽브랜드도 유행을 탄다=브랜드는 시대의 요구를 반영한다. 그만큼 변화가 심하다.
초기 브랜드들이 ‘∼타운, ∼빌리지, ∼힐’ 등을 사용하며 주거공간임을 알렸다면 최근 선보이는 브랜드는 첨단, 친환경, 참살이(웰빙) 등을 보여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건설 홍보실 이성훈 과장은 “첨단화 고급화된 아파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기존 브랜드 ‘홈타운’이 편안함을 추구했다면 새 브랜드는 변화된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춰 젊고 미래지향적이며 고급스러운 이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톱 탤런트가 등장한 광고의 영향이 커지면서 이들을 모델로 기용하는 일도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자이’와 탤런트 이영애, ‘푸르지오’와 탤런트 김남주는 공식화 된지 오래. 인기 있는 여자 연예인은 물론 남자 연예인도 아파트 광고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한동안 무명의 신인을 기용하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탤런트 장서희와 전속계약을 했고 화성산업, 모아건설, 우림건설 등 지방 중소업체들도 수억 원의 출연료를 지불하며 한가인 하지원 차인표 신애라 등을 광고에 등장시켜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일부 중견업체들은 재건축 사업 수주 경쟁에서 조합원들에게 인지도를 알리기 위해 자사 광고모델을 동원해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 제몫을 한다=이처럼 건설사들이 브랜드 띄우기에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는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아파트 구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
대한주택건설협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5%가 “브랜드가 아파트 가격을 결정한다”고 말할 정도로 브랜드 영향력이 커졌다.
아파트를 짓기만 하면 팔리던 1980년대나 1990년대와 달리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업체 간 경쟁이 더 치열해졌지만 업체 간 기술이나 제품 차별화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업체들이 브랜드 경쟁에 매달리는 요인이다.
브랜드 개발 전문업체인 ‘디자인 파크’의 유원석 기획실장은 “아파트의 품질이나 설계에 큰 차이가 없는 경우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쌓아온 브랜드의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손재영 교수는 “기업엔 브랜드로 이미지를 가꾸는 일이 중요해졌고 소비자에게는 브랜드가 정보인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브랜드 경쟁이 분양가 상승에 한몫하는 것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또 ‘아크로비스타’ ‘메가트리엄’ ‘로얄팰리스’ ‘캐슬갤럭시’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국어 조합의 브랜드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 서초구의 경우 아예 아파트 이름을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도 준비 중이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