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이 예상치를 밑도는 ‘어닝 쇼크’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 실적이 증시에 활력이 되기는커녕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
거래소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LG필립스LCD와 KT&G가 어닝 쇼크에 가세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유일전자를 비롯해 탑엔지니어링, 아시아나항공, 기륭전자, 코아로직 등 간판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나 실적이 좋지 않다고 주가 전망까지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주식 투자의 매력. 어닝 쇼크를 거꾸로 잘 활용해 매수 기회로 삼는 것도 좋은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
▽실적 추이가 중요하다=주가는 현재의 실적보다 미래 전망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최근 발표된 어닝 쇼크는 모두 1분기(1∼3월) 실적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이며 악화된 실적도 대부분 주가에 반영됐다.
어닝 쇼크를 거꾸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실적보다 전망과 주가를 살펴야 한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어닝 쇼크’ 뉴스가 나오면 일단 주식을 팔고 본다. 이 때문에 실적이 나빠진 정도보다 더 큰 폭으로 주가가 떨어지는 일이 생긴다.
실적은 주당 500원만큼 나쁜데 주가가 1000원 떨어진 회사에 투자하면 500원은 안전하게 이익으로 남길 수 있다.
물론 당장은 투자 심리가 나빠졌기 때문에 500원만큼 더 떨어진 주가가 단기간에 회복될지는 미지수. 그러나 장기적으로 주가는 기업 실적에 수렴하기 마련이므로 ‘충분히 기다리겠다’는 자세로 임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
또 단순 실적 수치보다 실적이 움직이는 추이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적은 나빠졌지만 악화되는 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나빠진 실적이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이 됐다면 이런 기업은 과감히 매수할 만하다.
1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지만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관점에서 최근 증권사의 집중 추천을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실적 추이를 쉽게 비교하는 법=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각 분기 실적을 쭉 늘어놓고 추이를 비교하는 것은 정확한 방법이 아니다.
적지 않은 기업들의 실적이 계절을 타는 데다 연말에 손실 처리를 하는 기업도 많아 분기별 단순 수치 비교는 의미가 적다.
이런 오류를 피하려면 현재 분기를 기준으로 이전 3분기까지 수치를 합해 추이를 비교하는 것이 좋다.
실제 VIP투자자문 등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기관투자가들이 이런 방법으로 실적 추이를 비교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현재 실적은 지난해 2분기(4∼6월)부터 올해 1분기까지 네 분기 실적을 합한 것을 사용한다. 또 바로 전 분기 실적은 지난해 1분기부터 4분기(10∼12월)까지 실적을 더해 파악한다. 그 이전 분기 실적은 2003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7∼9월)까지 네 분기 실적을 합한 것이 된다.
이렇게 만든 수치를 늘어놓고 비교하면 분기마다 1년 실적이 모두 포함돼 계절적 변화에 따른 다양한 변수들을 제거할 수 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