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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회 연합 사실이었다… 中高94곳 307명 29개 연계조직 적발

입력 | 2005-04-27 18:39:00


《학교 폭력서클 ‘일진회(一陣會)’ 가운데 중학생 중심의 폭력서클이 결합한 대규모 연합조직이 서울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연합조직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각종 일탈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현직 교사의 증언이 사실로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여경기동대는 서울시내 85개 중학교 소속 재학생 285명이 가입한 일진회 연합조직 ‘서울연합’을 적발해 자진 해체를 유도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또 중학교 시절 서울연합에 가입했다가 고교 진학 이후에도 폭력서클 활동을 계속한 9개 고교, 22명으로부터 자진 신고를 받았으며 비슷한 여고생 폭력서클도 존재한다는 진술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본보 3월 10일자 A8면 참조》

▽실태=경찰에 따르면 서울연합은 2003년 초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A 군이 교내 폭력서클 회원들을 규합해 지역 조직을 만들면서 생겨났다.

중학교 교내 서클들이 모여 17개 구(區) 단위 지역연합이 만들어졌으며 이들 지역연합이 결합해 서울연합이 됐다는 것. 서울연합에는 지역연합과는 별개로 11개의 학교별 일진회 ‘짱’ 모임도 포함돼 있다.

경찰은 ‘피즐’(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삼치포곡선’(역삼 대치 개포 도곡 선릉) 등의 이름을 가진 11개 일진회 짱 모임의 회원 108명이 실질적으로 서울연합을 이끌어 왔다고 밝혔다.

서울연합 회원들은 매년 3월 선배들이 용모가 뛰어나거나 싸움과 공부를 잘하는 신입생을 골라 가입시켰다는 것. 서클마다 싸움을 가장 잘하는 한 명씩을 뽑아 일대일 맞대결을 통해 서열을 정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일탈행위 일삼아=경찰은 서울연합이 2003년 1월부터 올 2월까지 서울 신촌과 을지로의 카페 5곳에서 모두 7차례 일명 ‘일락(일일록카페)’을 개최한 사실을 확인했다.

대체로 12시간 정도 카페를 빌린 뒤 남녀 학생이 키스를 진하게 오래하는 게임인 일명 ‘키스타임’, 춤이나 노래를 부르면서 옷을 벗고 섹시하게 몸매를 자랑하는 ‘섹시머신’, ‘담배 오래 피우기’ 등의 이벤트를 차례대로 진행했다. 각 이벤트의 상품으로는 담배가 지급됐다.

회원은 물론이고 일반학생들에게도 일락 티켓을 3000∼8000원에 강매해 한 번 행사에 최대 350만 원을 거둬들였으며 이 중 카페 임대료를 제외한 170만 원을 각 지역 서클 리더들이 나눠가졌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학생들의 일탈 장소로 사용될 것을 미리 알고도 학생들에게 카페를 임대해 준 박모(54) 씨 등 4명을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연합 중 오토바이폭주 모임 회원들은 국경일마다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역주행하기도 했다.

서울연합 회원들은 후배의 이탈을 막기 위해 폭행을 일삼았으며 정기적으로 돈을 상납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경 강모(15·당시 중3) 군은 서클 선배였던 박모(16·당시 고1) 군 등 5명의 협박에 못 이겨 부모 돈 200만 원을 훔쳐 갖다 주기도 했다.

▽적발 경위=경찰은 지난달 서울연합 회원인 중3 여학생의 자진 신고로 실체를 확인하게 됐으며 이후 중학생 회원 285명 중 161명을 조사했다.

경찰은 자진 신고한 학생은 입건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전과가 있거나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가로챈 학생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면 사법처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초등학교나 고교에도 비슷한 모임이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지난달 실태공개 정세영 교사▼

지난달 9일 학교 폭력서클의 지역연합인 ‘서울연합’의 실체를 최초로 공개한 서울 전농중 정세영(鄭世泳·52·사진) 교사는 27일 “이제부터라도 학생들이 왜 일진회를 만들었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이날 서울연합의 실체를 공식 발표할 때까지 정 교사는 한 달 이상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그를 음란사이트 운영자로 근거 없이 매도하기도 했다. 또 정 교사는 “과장된 내용을 폭로했다” “아이들을 문제아로 매도한다”는 등의 숱한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일진회 회원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의 항의 e메일도 하루 수십 통씩 받았다.

정 교사는 “일진회의 존재조차 몰랐던 어른들이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이제 그들도 일진회의 실상을 알고 같이 고민하게 돼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진회의 실태를 정확히 아는 것 못지않게 일진회가 왜 생겨났는지 그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진회 회원들은 자신들이 ‘싸움도 공부도 춤도 노래도 다 잘 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억압하기보다는 그들에게서 칭찬거리를 찾아 격려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