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黃昌圭)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이 26일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전자산업협회(EIA)의 기술혁신 리더상(The EIA Leadership in Technology and Innovation Award)을 받았다.
EIA는 황 사장이 산업기술 분야의 난제에 도전해 신기술을 창조하고 첨단 반도체 기술로 새로운 정보기기 시장을 창출하는 등 세계 전자산업을 이끌어 온 리더십을 인정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EIA는 1952년부터 매년 미국 전자산업에 기여한 미국인 한 명에게 이 상을 수여해 왔으나 올해 처음 전 세계 기업인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역대 수상자 중에는 칼리 피오리나 HP 전 회장, 토머스 잡슨 IBM 전 회장 등이 있다.
삼성전자가 D램 기술 혁신과 표준화를 주도하고 삼성반도체가 발전시킨 기술이 다른 기업의 경영방법에 변혁을 가져오게 한 것이 수상의 배경이 됐다.
특히 황 사장이 권위 있는 학회와 학회지에 우수 논문을 다수 발표하고 각종 강연과 국제전자학회(IEEE) 활동 등을 통해 ‘반도체 비전’을 전파해 온 것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황 사장은 이날 낮 워싱턴 시내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경제, 문화, 사회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디지털 혁명은 반도체로 가능했으며, 반도체의 빠른 발전이 모바일과 디지털 사회로의 이전을 앞당기고 있다”면서 “미래는 예측되는 것이 아니라 창조되는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에 앞서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국인은 모험심이 강하고 동기 부여가 잘 되며 은근과 끈기 같은 정보기술(IT)산업에 필요한 모든 성격을 갖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한국은 세계의 IT산업을 리드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데이브 매커디 EIA 회장은 “삼성전자의 혁신적인 제품은 미국 IT산업에 크게 기여했으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과 미국 IT 협력사에 새로운 장이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영주의 축하 연주=홍석현(洪錫炫) 주미 대사와 텍사스 주 출신 라마 스미스(공화), 찰스 곤살레스(민주) 하원의원 등 한미 양국의 정재계 인사 15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시상식에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씨가 축하 연주를 해 눈길을 끌었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인 황 사장은 “4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비행기를 갈아탔는데 우연히 앞자리에 앉은 장 씨를 만나 지금은 종종 e메일로 안부를 교환하는 사이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해외여행을 자주 하는 장 씨가 당시 미국, 유럽, 일본에서 각각 사용하는 휴대전화를 3개나 갖고 있는 것을 보고 “‘애니콜’ 하나만 있으면 된다”며 전 세계 어디서나 로밍을 하지 않고 직접 통화할 수 있는 ‘영주폰’을 만들어 선물했다고 소개했다.
장 씨가 모리스 라벨의 ‘치간’ 연주를 끝내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