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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개추위 vs 검찰 갈등 격화]“사실상 무장해제”

입력 | 2005-04-29 03:26:00

반격나선 검찰김종빈 검찰총장(가운데)이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대검 간부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 총장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수사기관의 부패수사 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변영욱 기자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의 형사소송법 개정 추진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검찰은 ‘펄펄 끓는’ 분위기다. 초임 검사에서부터 총장에 이르기까지 한목소리로 사개추위를 비판했다. 그러나 사개추위와 법원행정처 판사들은 “검찰이 과민 반응한다”고 말한다.

▽‘검찰 무력화’ 논란=사개추위에서 추진 중인 안이 시행되면 검사는 법정에서 피고인과 대등한 입장에서 재판에 임하게 된다. 검찰에서 조사한 내용은 피고인이나 참고인이 거부하면 증거로 사용되지 못한다.

검사는 피고인을 직접 신문할 수도 없다. 범죄를 입증하려면 검사나 검찰 수사관이 직접 증언대에 서서 증언해야 한다. 피고인의 신청에 의해 변호인이 피고인을 신문할 때만 검사는 반대신문을 할 수 있다.

검찰은 “검찰 수사권의 무력화 또는 사실상 폐지나 다름없다”고 반발한다. 판사가 수사도 하고 판결도 하는 ‘원님 재판’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법무부의 한 검사는 “검찰조서가 인정되지 않는 데다 법정에서의 피고인 직접 신문까지 폐지되면 검찰 수사권이 무장해제 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태현(金泰賢) 울산지검장은 “거짓말이 난무하는 법정 진술에 근거한 재판이 우리 국민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고 형사사법의 정의를 보장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대검찰청 연구관인 윤장석(尹章碩) 검사는 “피고인이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거부하면서 변호사 옆에서 희희낙락하고 불쌍한 피해자만 들들 볶이게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사개추위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사개추위 실무위원인 박상기(朴相基) 연세대 법대 학장은 “검찰 무력화 운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검찰이 반발하는 것은 수사관행의 틀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조직적 대응=대검찰청은 28일 정상명(鄭相明) 차장 주재로 대검 간부 전원이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열고 사개추위 대응방안 등 현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대검은 다음 주엔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초 2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경찰과의 수사권조정 자문위원회 회의와 겹쳐 잠시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서울중앙지검 김윤상(金潤相) 검사는 “이제는 검찰청별로 평검사 회의를 개최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 김종민(金鍾旻) 부장은 “외국제도 연구와 대응논리 개발을 위해 전국 검찰에서 50명을 차출해 단기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자”고 제의했다.

▽법조계도 의견 엇갈려=일부 판사도 ‘졸속 입법 추진’을 우려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사법제도의 틀을 바꾼다는 것은 단지 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하나 다시 세우는 것과 같다”며 “그런데 공청회 등 아무런 준비 없이 추진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판사 출신의 중견 변호사는 ‘검찰의 업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검찰 본연의 임무는 공소유지(재판업무)인데 한국 검찰은 공소유지는 소홀히 하고 수사에만 집중하면서 힘자랑을 해 왔다”며 “사개추위 안은 지나치게 비대화한 수사 권력을 덜어내고 공판업무에 더 집중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