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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 논술잡기]‘녹색 시민 구보 씨의 하루’

입력 | 2005-04-29 17:19:00


◇녹색 시민 구보 씨의 하루/존 라이언 등 지음·고문영 옮김/137쪽·8000원·그물코

지극히 당연시되는 것들에 대해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는가. 예를 들자면 우리가 심심풀이로 마시곤 하는 커피 한 잔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나에게까지 왔을까 하는….

아침마다 현관 앞에 놓이는 신문은? 당도 높은 시럽과 탄산가스를 포화시킨 콜라는? 한없이 우리의 입맛을 당기는 햄버거나 감자 튀김은 또 어떤가.

이 책은 이런 모든 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경로로 유통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구보 씨는 평범한 도시인이자 소비자다. 하루 두 잔의 원두커피를 마시는 구보 씨를 위해 콜롬비아에 있는 산간 농장은 한 해에 열두 그루의 커피나무를 돌봐야 한다. 커피나무는 20세기의 대부분을 수많은 새들의 보금자리였던 키 큰 과실수와 활엽수의 그늘에서 자랐다. 그러나 더 많은 돈벌이를 위해 그 나무들은 베어지고 수확량이 많은 커피나무들이 그 자리를 메우게 되었다. 그 결과 토양은 부식되었고 95%에 이르는 새들이 사라지게 된다. 천적이 사라지자 해충이 증가했고, 그와 함께 살충제의 사용도 급격히 늘어갔다. 원두 알갱이 500g을 만드느라 강에 버려진 1kg의 껍질이 부패하면서 물고기에게 필요한 산소가 사라진다. 그래서 지구 표면의 1%도 안되지만 세계 식물 종 전체의 18%가 자라는 콜롬비아의 숲과 강은 파괴된다.

티셔츠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재생용지로 만들어진 이 작은 책은 환경과 삶에 대해 깊이 있는 사고와 폭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나아가 쇼핑은 기업들의 행동을 규제하는 일종의 투표 행위이며, 대안적 소비를 통해 우리의 환경과 삶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

우리의 일상은 변화를 거부한다. 어찌 보면 완고하기 그지없는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일상에 관한 관심과 지식이다. 지식은 이해를 낳고 이해는 삶의 논리나 실천적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제공하는 지식은 우리의 삶에 여러 가지 불편을 끼칠 수도 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처럼.

그러나 논술교육이 지향하는 목표는 주입식 교육이 길러낼 수 없는 새로운 인간형이다. 새로운 시각과 구체적 사례를 바탕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일은 논술교육의 완성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질문을 바꿔볼 수 있다.

우리가 늘 당연시하는 것들에 대해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는가. 예를 들면 가족이나 이웃 등. 그들이 품어 왔고 겪어 왔던 수많은 사랑과 고통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