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사령탑으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 ‘국보 투수’ 출신 선동렬 감독. 연승가도를 달릴 것이라던 예상이 시즌 초반 빗나갔지만 그는 “이제 시작이다. 소신 있게 밀어붙일 생각이니 지켜봐 달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구=김성규 기자
《“프로야구 시즌은 마라톤입니다. 42.195km를 끝까지 달려봐야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닙니까. 126경기 중 이제 겨우 19경기를 했을 뿐인데요.” 올해부터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으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한 ‘국보 투수’ 출신 선동렬(宣銅烈·42) 감독. 장인상을 당해 대구에서 경기하랴, 서울에서 빈소를 지키랴 정신없는 그를 28일 LG와의 경기를 앞두고 대구구장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 틈틈이 “이제 막 시작”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감독 일은 할 만 합니까.
“아무래도 선수나 코치 할 때보다 신경 쓸 데가 많죠. 1군이 26명이고 여기에 2군까지 모든 선수들을 보살펴야 하니까요. 정말 어려운 직책이에요. 쉽지 않네요.”
선 감독은 이틀 전부터 지독한 감기를 앓고 있는 중이다. 목소리까지 잠겼다. 최근 두 달 동안 벌써 두 번째 걸린 감기. 그는 “선수 시절에도 가끔 걸렸다”고 했지만 같은 팀에서 선수 생활을 오래했던 LG 이순철 감독에게 물어보니 “선 감독이 감기에 걸린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힘든 모양이다.
―스타 출신이니까 감독으로서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겠네요.
“언론이 워낙 극성 아닙니까.(웃음) 하지만 부담 가진다고 될 일은 아니잖아요. 저는 장기계약이니까 소신 있게 해 볼 생각입니다. 지금 저를 두고 잘 나간다 못나간다,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에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김응룡(삼성 라이온즈 사장) 전 감독과 호시노 센이치 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 감독을 비교하면서 ‘모두 다혈질이지만 김 감독이 선수 개개인에게 맡기는 스타일이라면 호시노 감독은 간섭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스스로는 누구에 가깝다고 보나요.
“둘 다 할 수 있으면 좋죠. 김 사장님은 감독 시절 1년에 (선수와) 미팅을 한 두 번 밖에 안 하셨습니다. 선수들에게 거의 얘기를 안 하죠. 반면 일본 야구는 호시노 감독뿐 아니라 대부분의 감독이 경기를 마치면 매일 미팅을 갖습니다. (일본 야구가) 더 프로답다고도 할 수 있죠.”
선 감독은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 미팅을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삼성 수석코치로 부임한 뒤 ‘리틀 김응룡’ 소리를 들을 만큼 선수들을 혹독하게 다뤄 “지도자가 되더니 사람이 달라졌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그는 선수들에게 어떻게 비치고 싶을까. “반반 정도 하고 싶어요. 유니폼 입었을 때는 (무서운) 감독, 사복 입었을 때는 형 같은 사람. 선수들과 나이 차가 많지 않은데 저를 무섭게 생각하겠어요?(웃음) 저는 웬만해서는 성질내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에게는 ‘국보 투수’라는 타이틀에서 나오는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다.
“지난해 그 별명이 큰 도움이 됐죠. 정말 훈련을 혹독하게 시켰어요. 그래도 선수들이 잘 참고 따라오더라고요. 지난해 팀 평균자책을 1위까지 끌어올린 데는 그런 면이 작용했을 거예요.”
―프로야구가 최근 몇 년 동안 침체에 빠져 있잖아요.
“스타들이 해외로 많이 나간 게 한 가지 이유죠. 또 방송에서 일본 야구, 미국 야구 다 보여주는데 그 나라의 좋은 운동장과 우리의 낡은 운동장이 비교가 되잖아요. 누가 돈 내고 이 낡은 운동장에 와서 야구 보려고 하겠어요. 야구도 축구처럼 정책적으로 운동장 지어 줘야 해요.”
일본 프로야구 진출 1호인 그는 요즘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어떻게 생각할까.
“전과는 사정이 다릅니다. 저희 때는 성적 내도 돈 안줬잖아요. 연봉 인상에 ‘25% 상한선’이라는 것이 있었어요. 연봉 1200만 원이면 아무리 잘해도 이듬해 1500만 원 이상 받을 수 없었지요. 요즘은 성적 좋으면 간단히 억 단위로 올라갑니다. FA 제도도 있고, 7년만 하면 해외 진출 자격도 주잖아요. 고교 졸업하고 7년 해 봐야 20대 중반, 한창 나이 아닙니까. 그때 해외 진출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가정 생활이 궁금했다. 1990년 결혼한 선 감독은 부인 김현미(39) 씨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아들 민우는 중 3, 딸 민정이는 중 1년생. 민우는 올해 들어 골프를 시작했다. “집은 서울에 있고 저 혼자만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우린 주말 부부도 아니에요. 서울 경기 있을 때 하루 이틀 집에서 자고….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야구 하는 사람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어떡합니까. 야구가 좋은데….”
대구=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선동렬 감독은▼
△1963년 광주 출생
△1985년 고려대 졸업, 해태(현 기아) 입단
△1996년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 입단
△2000∼2002년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
△2003년 주니치 코치
△2004년 삼성 수석코치
△2004년 11월 삼성 감독으로 승격
△기록=MVP 3회(1986, 89, 90년), 0점대 평균자책 3회 (1986, 87, 95년), 최다승 4회, 최우수 평균자책 8회, 최다 구원 2회, 최다 탈삼진 5회, 통산 11년간 146승(29완봉승) 40패 132세이브, 탈삼진 1698개, 평균자책 1.20. 일본 4년 간 10승 4패 98세이브, 탈삼진 228개, 평균자책 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