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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병기]출산과 육아, 인센티브로 풀자

입력 | 2005-04-29 18:08:00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이유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 특히 나이 많은 분들은 젊은 여성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식을 한 명만 낳고 더 이상 낳지 않겠다고 고집하거나 출산을 미루는 며느리 때문에 더 많은 손자 손녀를 원하는 시부모는 갈등을 느낀다.

하지만 속을 잘 들여다보면 젊은 여성들에게 책임을 미룰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최근 나온 연구기관들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을 가진 기혼여성이 자식을 적게 낳거나 출산을 미루는 것은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육아를 전적으로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기혼여성은 자식을 낳아 기르는 즐거움과 그에 따르는 비용을 생각해 보고 출산의 시기와 자식의 수를 선택한다.

남편이 혼자 벌어서는 풍족한 삶을 누리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려는 욕구까지 감안하면 직장을 포기하는 ‘기회비용’은 너무 크다. 이때의 합리적 선택은 출산을 최대한 늦추거나 자식을 적게 낳는 것이다. 후배들은 선배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결혼이나 출산을 최대한 미룬다.

다시 말해 한국 여성들은 ‘출산과 가정’의 양자택일을 요구받다가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선택하는데 이것이 국가적으로는 출산율 저하라는 재앙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합성(composition)의 오류’라고 부른다. 개인은 합리적으로 행동하는데 전체에는 손해를 주는 상황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개인의 행동이 전체의 이익과 일치하도록 ‘인센티브 시스템’을 바꾸면 된다.

오래전에 이 문제에 부닥친 선진국들은 출산 및 보육 부담을 사회가 떠안고 기혼여성에게 유급 육아휴가나 각종 세제 혜택을 줘서 해결했다. 10여 년의 노력 끝에 1990년대부터 여성이 경제활동도 활발히 하면서 아이도 낳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른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성공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며느리나 딸이 이기주의적이어서가 아니다. 정부와 국회가 기혼여성이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언제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인지….

이병기 경제부 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