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가 ‘세계 공장’을 갖게 된다.
한국 영화사가 미국 할리우드에 스튜디오를 지어 영화를 제작하고 이를 할리우드 배급망을 통해 미국 및 세계 전역에 상영하는 ‘글로벌 스튜디오’ 시스템 구축이 본격화한 것. 배우와 감독은 미국 현지의 스타급을 기용하며 영화에서 사용되는 언어도 영어다.
본보 취재 결과 국내 영화 투자배급 1위 업체인 CJ엔터테인먼트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고용해 ‘노르망디의 포로’라는 제목(가제)의 영화 시나리오를 극비리에 작업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에 끌려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된 한국인과 그를 돕는 미국인 백인 병사의 실화가 소재.
이 영화는 한국 영화사가 할리우드 현지 법인(CJ엔터테인먼트USA)을 통해 생산하는 ‘글로벌 스튜디오 제품 1호’가 될 전망이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29일 ‘노르망디…’에 대해 “할리우드의 스타급 배우를 캐스팅해 이르면 내년 하반기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순제작비는 할리우드 기준으로 중간급인 3000만∼4000만 달러(300억∼400억 원) 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나리오가 완성되는 연내에 CJ엔터테인먼트가 지분을 갖고 있는 드림웍스를 비롯해 할리우드의 투자배급사 중 한 곳과 계약해 세계 배급 문제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글로벌 스튜디오 시스템이 안착되면 한국 기업이 자동차나 휴대전화 생산공장을 해외 현지에 설립하는 것처럼 한국 영화제작사도 외국에 스튜디오를 세워 현지 관객의 정서를 감안한 맞춤형 문화상품을 제작하는 일대 도약을 하게 된다.
2004년 한국 영화계는 미국 등 전 세계에 194편의 영화를 수출해 5800만 달러(약 580억 원)를 벌어들였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