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대한민국 3대 암 이길 수 있다]발병률 1위 위암

입력 | 2005-05-01 17:40:00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암 정복이 환상은 아니다. 신개념 항암제가 쏟아지고 있고 수술기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적을 먼저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지난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내 암 발생 현황에 따르면 위암, 폐암, 간암이 한국인에게 발생빈도가 가장 높은 3대 암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와 대한암학회는 3대 암에 대해 집중조명하고 이어 암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리즈를 4회에 걸쳐 게재한다.》

○ 신선한 야채 우유 많이 먹고 음식은 꼭 냉장보관을

1930년대 미국에서 발생률 1위인 암은 위암이었다. 그러나 냉장고가 널리 보급된 1950년대 이후 위암은 14위로 떨어졌다.

의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신선하지 않은 음식 섭취가 위암이 생기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위암세포

한국인의 위암이 줄어들지 않는 것도 짠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이다. 짠 음식은 위 점막을 손상시켜 암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염분을 중화 또는 약화시키는 신선한 야채와 우유를 많이 먹도록 한다. 우유에 있는 칼슘은 위 점막 세포도 보호한다.

감미료와 색소, 향료에는 ‘질산염’이란 물질이 있다. 이 질산염은 상온에서 발암물질인 ‘아질산염’으로 변질된다. 그래서 음식의 냉장보관은 필수다. 또 고기와 생선이 탈 때나 음식물이 썩을 때 나오는 ‘아플라톡신’도 위암 가능성을 높인다.

○ 습관 바꾸면 위암 막아… 체중감소 복통 구토땐 암 의심

금연은 기본. 흡연자는 비 흡연자보다 위암 발생률이 2∼3배 높다. 술과 위암의 상관관계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음주 중 담배를 피우면 유해성분의 흡수가 쉬워져 위암 가능성을 높인다.

식사 후 바로 눕는 습관도 좋지 않다. 만성위염에 걸리기 쉬운데 이 병은 장기적으로 위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헬리코박터 균이 위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체중 감소, 복통, 구토, 장출혈 등 증세가 나타났을 때는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다. 따라서 정기적 검진이 필수다. 대한암학회는 40세 이후부터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나 위장조영술을 받도록 권하고 있다.

○ 국내 의료진 위암수술 세계 최고 수준

국내 의료진의 위암 수술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다양한 기법이 동원돼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

1기일 때는 내시경과 복강경 수술이 많이 시행된다. 완치율은 90% 이상.

내시경 수술은 암의 크기가 2cm 이내일 때 주로 하지만 최근에는 그 이상 크기에도 시도되고 있다. 위암 복강경 수술은 1994년 개발됐다. 지난해 국내에서 1000여 건의 수술이 실시되는 등 증가추세다. 배에 4, 5개의 구멍을 뚫고 수술을 한다. 임상에서는 1기에만 허용돼 있지만 연구 목적으로는 2기 이후에도 시도되고 있다.

직접 배를 여는 고전적인 방법도 15cm만 절개할 정도가 됐다. 게다가 폐나 뼈, 뇌 등으로 전이되지 않았다면 4기라 해도 수술이 가능하다. 곧 ‘로봇수술’도 도입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수술의 정확성이 훨씬 높아지게 된다.

○ 위암 1∼3기 수술해야 완치… 재발률 55% 수술 후 정기검진을

위암 1∼3기에는 수술을 해야 완치가 가능하다. 위암은 다른 암과 달리 방사선 치료가 거의 듣지 않는다.

항암요법은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해 또는 수술이 불가능한 4기일 때 주로 시행한다.

과거에는 항암제가 몇 종류 없어 어떤 약이 듣지 않으면 대체할 약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부작용을 낮춘 항암제가 쏟아져 치료효과를 높이고 있다. 주사제로는 ‘텍솔’과 ‘텍소티어’ ‘엘록사틴’이 있으며 먹는 약으로는 ‘TS-1’과 ‘젤로다’가 효과가 높다.

의사들은 현재 4기의 5년 생존율이 10% 정도이지만 10년 이내에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최근 유전자치료 연구가 활발하지만 아직까지는 ‘연구실’ 수준이다. 또 대체의학에서는 면역치료의 효과를 강조하지만 이 역시 과학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도움말=세브란스병원 외과 노성훈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내과 김열홍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위암 병기별 상태와 생존율

▽0기=위암 직전 단계에서 제거한 상태. 5년 생존율은 100%.

▽1기=암이 점막층 또는 점막 표면에 국한되고 림프절에 전이되지 않은 상태. 5년 생존율은 85∼95%.

▽2기=암이 림프절에 전이됐거나 장막(장기의 맨 바깥쪽 막)까지 암이 침투한 상태. 5년 생존율은 70%

▽3기=암이 림프절에 전이됐고 장막까지 침투한 상태. 5년 생존율은 30∼50%.

▽4기=암이 대동맥 주변 림프절에 전이됐거나 복막, 뼈, 폐, 뇌, 간 등으로 전이된 상태. 5년 생존율은 10%.

▼위암말기 투병 성공기▼

“위암 4기입니다.”

7년 전이었다. A 씨(당시 27세·여)는 소화불량, 복통, 구토 등의 증세가 나타나 이상한 마음에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청천벽력. 검사 결과 위암 4기로 판정이 났다.

절망적이었다. 위암 4기일 때 5년 생존율은 보통 10% 정도, 최대 14%를 넘지 않는단다.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남편과 A 씨의 부모 등 가족은 모두 말을 잃었다.

암은 이미 복막(복부 내장을 싸고 있는 막)으로 전이된 뒤였다. 다행히 뼈나 폐, 뇌로 전이가 되지 않아 수술이 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위를 모두 들어내는 수술을 해야 했다. 이미 암이 전이된 복막도 제거했다. 수술을 진행하면서 항암제를 동시에 투여했다. 다행히 몇 시간에 걸친 대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러나 그 후 긴 항암치료의 고통이 이어졌다. A 씨는 매달 한 번씩 입원해 3일 동안 집중 항암치료를 받았다. A 씨뿐 아니라 가족의 심장도 타들어갔다.

그러기를 2년여. 암은 더 이상 재발하지 않았다. 물론 재발의 가능성이야 남아 있었지만 가족은 어느 정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 후부터 6개월마다 병원을 찾아 재발 여부를 검사했다.

5년이 지났다. 암세포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의사는 비로소 완치 판정을 내렸다. 새로운 행복도 찾아왔다. 그토록 기다리던 임신에 성공한 것.

요즘도 A 씨는 혹시 모를 재발 검사를 위해 매년 한차례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다. A 씨의 품에는 작고 귀여운 딸이 안겨져 있다. A 씨를 수술했던 노성훈 교수의 말이다.

“말기 암이라고 좌절할 필요는 없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의지입니다. 의사를 믿고 함께 투병하면 반드시 완치될 날이 옵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