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강남지역에서 아파트 분양을 하는 건설업체들에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10평형대 소형 아파트 때문입니다.
이런 소형 아파트가 생겨난 것은 정부가 2003년 ‘9·5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에서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 전체 주택의 20%를 전용면적 18평 이하 아파트로 채우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전용면적 18평이면 24평형 정도까지 나오는데 왜 10평형대가 대량으로 생겼을까요.
재건축을 추진하는 조합원들이 자신들이 살 집은 최대한 평수를 키우면서 의무물량은 최대한 작게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정부는 가구 수만 맞추도록 했을 뿐 면적에 대한 규정을 두지 않았거든요.
강남의 10평형대 아파트는 값이 비싸 서민들은 사기 어렵고, 강남의 실수요자들은 외면해 시장성이 떨어집니다.
지난해 분양한 송파구 잠실주공 3단지 10평형 아파트는 6개월이 넘은 지금도 미분양이 남아 있을 정도입니다.
2일부터 청약을 접수하는 잠실주공 2단지 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27일 모델하우스가 문을 열자 평일인데도 2000여 명이 몰려들어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습니다. 하지만 평형별 인기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났습니다.
24평형과 33평형 모델하우스에는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반면 12평형은 한산했습니다.
이 아파트 분양을 맡은 건설회사 관계자는 “독신자나 임대사업자 등 일부만 12평형을 찾는다”며 “그 외에 딱히 수요층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문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잠실주공 2단지에 이어 6월 5차 동시분양에 나서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도 소형 평형이 많습니다.
송파구 신천동 잠실시영은 16평형이 344가구입니다. 강남구 삼성동 영동 AID아파트도 일반 분양분 416가구 모두 12∼18평형입니다.
정부도 뒤늦게 문제를 인식하고 가구 수를 맞추는 대신 연면적 비율을 맞추는 쪽으로 규정을 바꿨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줄었습니다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 됐습니다.
정임수 경제부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