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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산책]이윤경/학생을 고객처럼 대했으면…

입력 | 2005-05-02 18:28:00


학교 도서관을 리모델링하는 동안 귀를 괴롭혔던 시끄러운 소음이 얼마 전 말끔히 사라졌다. 소음 공해를 감수한 덕분에 바닥에 카펫이 깔리고 최신 컴퓨터가 설치되는 등 도서관 환경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지만 새 단장을 마친 도서관에는 다른 차원의 ‘잡음’이 생겨나고 있다. 도서관을 ‘깨끗하게’ 유지하려는 사서와 학생 간의 신경전이 바로 그것.

사서들의 청결 유지 욕심은 지나칠 정도다. 반입이 금지된 음료수를 혹시나 갖고 들어가는지 감시하는 날카로운 눈빛에 학생들은 지은 죄도 없이 괜히 움츠러든다. 열람실 안에서도 살벌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거 가방에 넣으세요.”(사서)

“뜯지도 않은 건데, 여기서 안 마실 거예요.”(학생)

“아 글쎄, 집어넣어요!”(사서)

많은 학생들이 숨죽여가며 공부 중인 열람실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에게 음료수를 치우라고 면박을 주고, 간혹 사서와 학생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면 과연 무엇을 위한 도서관 리모델링 공사였는지 의문이 절로 든다. 면학 분위기 조성이 우선인지, 음료수 반입 감시(더 나아가 시설 청결 유지)가 우선인지….

청결과 미화는 모두가 원하고 공감하는 가치다. 그러나 물조차 마시지 못하게 하고 물이 책상 위에 보이는 것조차 참지 못하는 관리 방식은 아무래도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도서관=공부하는 곳’이라는 상식을 무시한, 규칙을 위한 규칙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엄밀하게 정의하기는 어렵겠지만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은 관리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고객에 가깝다고 본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한때 민원인들에게 퉁명스럽다고 알려졌던 관공서도 요즘에는 고객 중심 마인드로 무장하는 시대가 아닌가. 대학에는 언제쯤 고객을 고객답게 대우하는 때가 찾아올까.

이윤경 숙명여대·언론정보학부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