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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油田의혹, 두 李씨 개입 여부가 핵심이다

입력 | 2005-05-02 21:31:00


한국철도공사 유전 투자 의혹의 핵심은 철도공사 간부들이 주저 없이 무리한 투자를 강행하도록 밀어준 권력 실세(實勢)가 과연 있었는지, 있었다면 누구인지이다. 사건이 불거진 직후부터 이광재 의원과 이기명 씨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전대월 씨가 구속돼 조사를 받으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전 씨는 “이 의원이 허문석 씨에게 소개 전화를 해 줬고 허 씨의 안내로 이기명 씨 사무실에 찾아갔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씨는 “전 씨가 누구든 물고 들어가야 죄가 가벼워지는 줄 아는 모양”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이 씨는 “이 의원 사무실에서 우연히 전 씨를 만났지만 유전사업 이야기를 한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둘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전 씨는 “이 의원이 소개해 주고, 이 씨도 있으니 사업이 잘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검찰에서 말했다고 한다. 두 이 씨가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전 씨가 두 이 씨를 만났다는 시점 이후 철도공사는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속전속결로 러시아 유전투자를 밀어붙였다.

이 씨는 고교동창인 허 씨를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박양수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에게 소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씨는 또 허 씨가 인도네시아로 출국하기 직전 통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피의자 소환사실 공개 및 사진촬영 전면 금지’를 발표한 것은 유전 투자 의혹에 대한 수사 초반이었다.

이 씨는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후원회장으로 현 정권 탄생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는 공식 직책은 없지만, 대통령이 지난해 6월 그를 옹호하는 편지를 공개한 것만 보아도 ‘공인(公人) 이상의 공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씨는 또 이 의원의 후원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두 이 씨는 자신들을 둘러싼 여러 정황에 대한 검찰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검찰이 두 이 씨의 유전 투자 개입 여부를 분명히 밝히지 못하면 의혹은 풀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특검으로 가는 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