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와 천재의 만남2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주최로 열린 프란츠 베켄바우어 2006 독일 월드컵 조직위원장(왼쪽) 환영 만찬에 특별 초대된 ‘천재 스트라이커’ 박주영이 베켄바우어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축구의 ‘황제’와 ‘천재’가 만났다.
‘독일의 축구황제’로 불렸던 프란츠 베켄바우어(60) 2006 독일 월드컵 조직위원장과 한국축구의 미래인 박주영(20·FC 서울). 이들이 2일 파크하얏트서울호텔에서 ‘세대의 벽’을 넘어 뜻 깊은 만남을 가졌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주최 만찬에 참석한 박주영은 ‘영웅’에게 한수 배웠고 베켄바우어 위원장은 ‘축구 꿈나무’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베켄바우어 위원장은 선수(1974 서독 월드컵)와 지도자(1990 이탈리아 월드컵)로 사상 처음 월드컵을 제패한 주인공. 1966 잉글랜드, 1970 멕시코, 1974 서독 월드컵 등 3차례 월드컵에 선수로 출전했고 1986 멕시코,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선 지도자로 ‘전차군단’을 이끌었다.
이에 비하면 박주영은 이제 갓 세상에 나온 병아리 수준. 하지만 올해 고려대를 휴학하고 K리그에 뛰어들어 4경기 연속 골에 6골로 득점 공동 선두에 나서는 등 ‘축구 천재’다운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 구단주이기도 한 베켄바우어 위원장은 “우리도 젊은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문을 연 뒤 차범근 수원 감독을 가리키며 “독일 무대에서 큰 성공을 거둔 차 감독의 조언을 따르면 세계적인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영은 “이렇게 만나게 돼 무척 영광입니다. 빅 리그 진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두 축구 영웅의 만남은 이날 오전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에미레이트항공(아랍에미리트)의 스폰서 조인식에 참석한 베켄바우어 위원장에게 정 회장이 “우리에게도 세계를 호령할 축구 유망주가 있다. 머리도 좋고 창의력이 뛰어나다. 특히 IQ가 150이다”라고 말하자 베켄바우어 위원장이 “그럼 꼭 만나야겠다”고 해 이뤄졌다.
베켄바우어 위원장은 또 “2002 한일월드컵에서 성공을 거둔 한국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한국-독일의 4강전 때 수만 명의 한국 팬들이 보여준 길거리 응원은 환상적이었다. 독일 월드컵에서도 길거리 응원을 추진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