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지금의 고교 1학년생에게 적용되는 2008학년도 입시전형 골격을 내놓았다. 내신 위주의 ‘지역 균형’ 선발, 학교생활기록부 위주의 특기자 전형, 논술 및 면접 위주의 정시모집을 각각 정원의 33%씩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3가지 방식을 1 대 1 대 1로 하는 ‘3균(均) 선발제도’라 하겠다. 이 입시 요강은 두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는 2008학년도 입시의 가이드라인을 그나마 서둘러 제시함으로써 불확실성에 따른 수험생들의 고통을 덜어 주고, 다른 대학에도 자극을 줬다는 점이다. 9, 10월쯤에나 요강을 내겠다던 타 대학들도 발표를 앞당기겠다니 수험생들의 혼란이 다소나마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는 지방고, 특수목적고, 교육부의 입시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대학 자체의 선발권과 선발 책임을 포기하지 않는 방안의 한 모델을 가시화했다는 점이다. 지역 균형 선발 인원을 늘린 것은 완전 경쟁 원칙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지만 현실적 열세 지역에 대한 기회 확대의 의미가 있다. 학생부 위주 선발을 늘린 것은 내신이 불리한 특목고의 우수 학생들에 대한 역차별 완화책으로 수긍이 간다.
논술과 면접 위주의 선발에 대해서는 ‘본고사 부활’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지만, 이는 최소한의 자율적 선발권에 해당한다고 우리는 본다. 교육부가 ‘단답형 평가는 본고사에 해당하니 안 된다’는 등으로 개입하고 나서는 것은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만하다. 선발 결과에 책임지지도 않을 교육부가 국민의 세금을 써 가며 해괴한 ‘3불(不) 정책’이란 것을 만들어 내 이 정도로까지 간섭하는 것은 교육을 망치는 행정의 횡포다.
서울대 입시 요강이 최선은 아니지만 현실 교육의 보편성(普遍性)과 대학의 수월성(秀越性) 추구를 조화시키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우리는 평가한다. 서울대가 이 눈치 저 눈치 봐 가며 고육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입시 정책의 불합리와 경직성이 개탄스럽다. 이제 서울대는 모의 논술문제와 면접 방식을 빨리 공개해 수험생들의 불안과 고통을 덜어 주기 바란다.